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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두부 Aug 01. 2022

탄식

종이에 색연필, 수채



그는 그렇게 생각해왔다. 줄곧 그랬다. 

후회한 적은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후회를 외면했다. 멍청하고 한심한 사람들만이 후회하는 자신을 후회하는 짓을 할 것이라 생각했다. 첫째 딸 브렌다가 12살이 되던 해 끔찍한 사건을 겪었을 무렵 부인 애니가 자신을 자책할 때에도 그는 자책도 후회도 하지 않았다. 그저 신을 증오했고 내내 그래 왔듯 자신과 상관없는 악마의 간사한 장난거리 일뿐 그 이상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가 맨해튼의 유명한 보험사의 고문 변호사가 된 후 그의 가족은 메마를 대로 메말라갔다. 두 딸은 그와 멀어진 지 오래였고 애니 또한 그랬다. 아침인사와 형식적인 애정표현을 제외하고는 부부에겐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듯했다. 그는 이 부분에 있어서도 후회하지 않았다. 제법 날씨가 쌀쌀해져 가는 가을날 그는 어릴 적 친구의 어머니의 장례식에 가기 위해 먼 길을 달려 오하이오에 도착했다. 오랜만에 보는 친구와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고 휴식을 취하고도 싶었던 그는 시내 쪽에 작은 호텔을 예약했다. 장례가 끝난 후 그는 호텔로 들어와 간단하게 샤워를 한 후 핸드폰을 들었다. 큰 딸 브렌다에게 메시지가 와있었다. 

"이제 볼 일이 없을 것 같아요.  안녕히 계세요"

그는 인상을 찡그리고는 이유모를 철렁함을 부여잡고 애니에게 곧장 전화를 걸었다. 애니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둘째 딸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어떻게 해야 하나 약간 화가 나있는 와중에 애니에게 메시지가 도착했다. 미안하다는 짧은 메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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