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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두부 Aug 01. 2022

향수

종이에 색연필, 수채


뜨거웠던 여름이 언제 그랬냐는 듯 자취를 감추고 시원하고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요리사가 꿈이었던 밀란 베키는 15살의 나이에 멋진 요리를 배울 수 있는 큰 도시로 오게 되었고 학교를 다니며 식당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녀는 하루도 쉬지 않고 일을 했고 쉬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에겐 하루가 일주일이 한 달이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모두가 혀를 내두를 정도로 그녀는 요리에 집착했고 결국 그녀의 집착 어린 노력으로 남들보다 빠른 나이에 꽤 유명한 레스토랑의 수석 요리사로 일을 하게 되었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내놓는 요리도 낼 수 있는 단계까지 왔지만 그녀는 여전히 일을 멈추지 않았다. 쉬는 것이라고는 주방에 딸린 작은 방에서 낡은 앞치마를 베개 삼아 자는 게 전부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출근을 하던 도중 귀가 들리지 않게 되었다. 돌발성 난청이라는 진단을 받은 후 그녀는 2년 동안이나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할뿐더러 어지러움 때문에 일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쉴 틈 없이 일하던 그녀에게 갑자기 찾아온 휴식과 병은 전혀 달가운 일이 아니었다. 그녀는 매일 술을 먹으며 잠에 들었다.  점점 차가워지는 날씨에 밀란은 더 얇은 옷을 입고 찬바람을 맞기 시작했다. 멀리 보이는 산 능선을 바라보다 고향이 생각났다. 풀숲과 목장, 여러 가지 농작물 재배를 하는 사람들이 다인 밀란의 고향은 브레이크가 없는 밀란에게 아주 느리게 가는 아이들 용 놀이기구 같은 곳이었다. 밀란은 고향을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놓친 것들이 혹시 그곳에 있지 않을까 해서였다. 그녀는 약과 옷가지를 챙겨 큰 가방에 마구 넣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에 들었다. 꿈속에서 고향이 보였다. 신선한 콩 냄새를 맡으니 눈물이 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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