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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두부 Aug 01. 2022

누군가의 초코

종이에 색연필, 파스텔


    단 맛보다는 쓴 맛이 강한 다크 초콜릿을 좋아하는 한 여자가 있었다. 로라는 아주 어릴 때부터 단 맛이 나는 다른 사탕이나 캐러멜보다 다크 초콜릿을 좋아했다. 처음에는 어른이 된 것 같은 느낌에 맛은 없었지만 원래 이런 맛이 좋다며 좋아하는 척을 했다. 그러다 보니 점점 주변에서는 쓴 초콜릿을 좋아하는 신기한 아이가 되어있었고 초콜릿 하나로 특별하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이 즐거웠다. 그녀는 가수가 꿈이었기에 매일 같이 연습을 하고 오디션도 보러 다녔지만 번번이 떨어지거나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녀의 노래를 들은 사람들은 그녀가  잘 부르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특별한 무언가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 평가를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들을 때마다 그녀는 다크 초콜릿을 먹곤 했다. 어른이 된 그녀에게 이제 다크 초콜릿은 더 이상 그녀를 특별하게 만들어 주지 않았다. 그녀는 서빙 일이 끝난 후 친구를 만나 가끔 들르는 재즈 바에 들렸다. 나무로 된 작은 무대 위에서는 조용한 재즈를 연주하는 피아니스트가 앉아 진지하게 연주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연주에 맞춰 파란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허스키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때 친구가 파스타를 만들고 있는 사장에게 물었다. “제 친구가 노래를 좀 부르는데 저분 노래가 끝나고 나면 불러도 될까요?” 로라가 당황하며 친구를 말렸다. 하지만 속으로는 내심 사장의 답변을 기대하고 있었다. 사장은 로라를 한번 쳐다보고는 “언제든지요”라고 답했다. 여자의 노래가 끝나고 로라는 조금 머뭇거리다 무대 위로 올라갔다. 마지막 오디션을 본 후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른 건 1년 만이었다. 그녀가 마이크를 잡자 사람들은 조용히 그녀에게 집중했다. 어떤 남자는 노래를 들으며 몰래 눈물을 훔치기까지 했다. 노래가 끝나고 로라는 사람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그날 가게에서 로라의 노래를 들은 사람들은 특별하지 않은 것에 행복을 느끼며 달콤한 잠을 잘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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