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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두부 Nov 22. 2022

콩두부의 단편보다 단편같은

마녀의 식사

마녀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는 마녀에 대한 선입견을 가진 사람들 중 하나였다. 일단 마녀는 새하얀 피부에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으며 곱슬 거리는 머리카락은 매력적인 오렌지 빛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얼마 전 늦은 업무를 끝내고 피곤하고 예민한 몸을 이끌고 집 근처에 위치한 24시간 운영을 하는 패스트푸드점에 서 그 유치한 선입견이 깨져 부스러기가 되는 경험을 하고야 말았다. 패스트푸드점은  몇 천 원대의 음식을 판매하는 곳이었는데 주로 힘든 노동을 하는 사람들 또는 돈이 없는 학생들이 많이 찾고는 했다. 나는 힘든 노동을 하는 사람도 돈이 없는 학생도 아니었지만 건방지게도 어딘가 우울한 그곳이 좋았다. 소고기 햄버거와 콜라를 주문한 후 밖이 보이는 큰 창가 옆에 자리한 후 반쯤을 먹어가고 있을 때였다. 등이 몹시 굽은 한 할머니가 [할머니인지 할아버지 인지도 모를 뻔했다.] 핫도그를 시킨 후 내 앞의 앞 테이블에 앉아 잔뜩 피곤한 얼굴로 핫도그를 먹기 시작했다. 나는 어디선가 낯이 익은 얼굴이라 어디서 본 것인지 떠올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나는 햄버거를 먹는 것도 잊은 채 골똘히 생각하다가 얼마 전 헤르싯 5번가 모퉁이의 제일 끝에 있는 낡은 집으로 이사를 왔다던 사람이 생각났다. 출근을 하다가 한번 마주친 적이 있었는데  호박 젤리향이 나서 몇 번을 뒤돌아 보았던 기억이 있었다. 워낙 빠르게 스쳐 지나간 사람인지라 얼굴을 희미하게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제 보니 그 할머니의 얼굴이었다. 나는 그녀를 흘긋 쳐다보다가 눈이 마주쳤는데 그 순간 그녀의 눈이 반짝 빛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도 적잖이 당황한 기색이었다. 그녀는 핫도그를 내려놓고는 잠시 고민하는 가 싶더니 천천히 내 앞으로 다가왔다.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녀는  내 앞에 앉더니 조용히 마른입을 열었다. “ 나는 늙은 마녀요, 이젠 내 마음대로 마법을 쓰는 게 조절이 되질 않아. 아까 내 눈에서 반짝이는 걸 봤을 테지?” 나는 고개를 더 조심스럽게 끄덕였다. 이 할머니가 마녀라니 믿기지 않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마녀들도 나이가 들면 이렇게 초라해지지 마법도 하나 제대로 조절하지도 못하고 말이야.... 아무튼 아까 본 일을 누군가에게 말하면 아마 젊은 마녀가 자네한테 따라 붇을 걸세 젊은이.  평생을 따라다니지. 마녀의 모습을 본 사람은 마녀와의 연결을 끊을 수 없으니까. 하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다면 그런 일은 생기지 않을 걸세. 선택은 자네가 하게나. 그럼 이만 ” 그녀는 끄응-소리를 낸 후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무료한 얼굴로 핫도그를 먹기 시작했다. 나는 그 후 마녀에 대한 이야기를 어느 누구에게도 하지 않았지만 어젯밤부터 어떤 젊은 여자가 자주 보이는 것을 느끼고 그녀가 젊은 마녀가 아닐지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다행히도 마녀가 아니었고 지금은 내 아내가 되었다. 그때 그 마녀 할머니를 봤다는 이야기는 그렇게 가을밤의 비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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