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두부의 단편보다 단편 같은

붉은 사과가 든 항아리

by 콩두부

종이에 크레용, 색연필, 마카

2022



오래된 도시가 있었다. 물론 지금은 잿더미 아래 해골이 되어버린 시체와 까맣게 굳어버린 시체가 뒤엉켜 사람들은 그곳에 눈길조차 주기를 매우 조심했다. 작은 불운이라도 옮겨 붙을 까 봐였다. 마치 몰락한 폼페이처럼 그곳 또한 그렇게 무너지고 황폐해져 버린 곳이었다. 할머니는 그곳을 작은 천국이라고 부르는 사람과 작은 지옥이라 부르는 사람들로 나뉘었다고 했다. 눈을 뗄 수 없는 아름다운 색체로 지어진 건물들과 옷들 그리고 화려한 보석들과 그릇, 도자기들은 그곳에 발을 붙인 사람이라면 뒤로하고 돌아오기 힘들 정도로 유혹적이었다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그곳의 아름다운 색을 훔치려고 하거나 모든 걸 팔아서라도 그 색체들을 얻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것을 가지려고 하는 사람들은 모두 무색의 시체가 되어 발견되었다. 그렇게 은밀하게 죽어나가는 사람들의 머릿수만큼 그 도시는 더욱더 아름다운 색들로 빛났고 그 도시에 들어온 사람들은 아름다운 물건들에 눈과 마음을 뺏겨 점점 황폐해져 가는 것도 잊은 채 더욱더 아름다움에 끌려들어 갔다. 그곳에 들어간 사람은 다시 나오지 못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지만 그 소문은 오히려 질 좋은 기름이 되어 사람들의 호기심에 불을 붙였다. 할머니의 할머니는 그 도시에 간 친구를 결국 죽을 때까지 보지 못했다고 했다. 이렇게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주변 도시에서는 그 도시를 없애버리자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고 '로힐'이라는 도시에서는 결국 군대를 만들어 그곳을 무너뜨리려 천명의 군사들이 준비되었다. 그 도시에 가서 돌아오지 못한 가족을 둔 한 청년이 있었는데 그 청년은 도시를 무너뜨리기 전에 가족을 구해올 생각이었다. 군대는 결국 도시에 불을 질렀고 아름다웠던 색체는 순식간에 검게 그을려지기 시작했다. 청년은 불길을 피해 가족을 찾아다니다 자신의 쌍둥이 동생이 큰 항아리 앞에서 사과를 쳐다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동생의 손을 잡고 나오려고 했지만 청년 또한 그곳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모든 군사들은 눈을 얇고 검은 천으로 가리고 그 도시로 가서 불을 질러 색의 유혹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지만 눈이 좋지 않았던 청년은 동생을 찾기 위해 눈가리개를 풀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할머니는 이 이야기를 끝내면서 항상 똑같은 말을 하셨다. 마음을 빼앗기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갖는 것부터 이미 그것에게 반쯤은 넘어간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니 네 마음도 너무 믿지 말라고 말이다. 나는 그 마지막 말을 생각하며 청년이 본 항아리를 떠올렸다. 나는 본 적도 없는 그 항아리에 대한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차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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