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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두부 Dec 18. 2022

콩두부의 단편보다 단편 같은

붉은 사과가 든 항아리

종이에 크레용, 색연필, 마카

2022



  오래된 도시가 있었다. 물론 지금은 잿더미 아래 해골이 되어버린 시체와 까맣게 굳어버린 시체가 뒤엉켜 사람들은 그곳에 눈길조차 주기를 매우 조심했다. 작은 불운이라도 옮겨 붙을 까 봐였다. 마치 몰락한 폼페이처럼 그곳 또한 그렇게 무너지고 황폐해져 버린 곳이었다. 할머니는 그곳을 작은 천국이라고 부르는 사람과 작은 지옥이라 부르는 사람들로 나뉘었다고 했다. 눈을 뗄 수 없는 아름다운 색체로 지어진 건물들과 옷들 그리고 화려한 보석들과 그릇, 도자기들은 그곳에 발을 붙인 사람이라면 뒤로하고 돌아오기 힘들 정도로 유혹적이었다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그곳의 아름다운 색을 훔치려고 하거나 모든 걸 팔아서라도 그 색체들을 얻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것을 가지려고 하는 사람들은 모두 무색의 시체가 되어 발견되었다. 그렇게 은밀하게 죽어나가는 사람들의 머릿수만큼 그 도시는 더욱더 아름다운 색들로 빛났고 그 도시에 들어온 사람들은 아름다운 물건들에 눈과 마음을 뺏겨 점점 황폐해져 가는 것도 잊은 채 더욱더 아름다움에 끌려들어 갔다. 그곳에 들어간 사람은 다시 나오지 못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지만 그 소문은 오히려 질 좋은 기름이 되어 사람들의 호기심에 불을 붙였다. 할머니의 할머니는 그 도시에 간 친구를 결국 죽을 때까지 보지 못했다고 했다. 이렇게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주변 도시에서는 그 도시를 없애버리자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고 '로힐'이라는 도시에서는 결국 군대를 만들어 그곳을 무너뜨리려 천명의 군사들이 준비되었다. 그 도시에 가서 돌아오지 못한 가족을 둔 한 청년이 있었는데 그 청년은 도시를 무너뜨리기 전에 가족을 구해올 생각이었다. 군대는 결국 도시에 불을 질렀고 아름다웠던 색체는 순식간에 검게 그을려지기 시작했다. 청년은 불길을 피해 가족을 찾아다니다  자신의 쌍둥이 동생이 큰 항아리 앞에서 사과를 쳐다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동생의 손을 잡고 나오려고 했지만 청년 또한 그곳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모든 군사들은 눈을 얇고 검은 천으로 가리고 그 도시로 가서 불을 질러 색의 유혹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지만 눈이 좋지 않았던 청년은 동생을 찾기 위해 눈가리개를 풀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할머니는 이 이야기를 끝내면서 항상 똑같은 말을 하셨다. 마음을 빼앗기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갖는 것부터 이미 그것에게 반쯤은 넘어간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니 네 마음도 너무 믿지 말라고 말이다. 나는 그 마지막 말을 생각하며 청년이 본 항아리를 떠올렸다. 나는 본 적도 없는 그 항아리에 대한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차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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