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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두부 Jan 05. 2023

콩두부의 단편보다 단편같은

기대

종이에 색연필,마카,크레용,수채

네모난 창틀 안의 풍경이 빠르게 바뀌어갔다.  미국에 지점을 둔 주류회사에서 일하는  정촌명은  고향인 한국 대구시로 가는 기차 안에서 오랜만에 보는 풍경에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는 5년째 보지 못한 아들에 대해 생각하다가 아들을 마지막으로 봤던 때를 떠올렸다. 집을 사는데 혹시 돈을 조금 보태주실 수 있냐는 말에 그는 미안하다며 아들의 부탁을 한사코 잘라냈다. 서울의 건물을 살 정도로 돈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줄 돈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그런데 아들이 그 말을 했을 때 그는 아들이 자신을 돈줄로만 생각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심술이 났다. 사실 그때에만 심술이 났던 건 아니었다. 애 엄마와 이혼을 할 때에도 녀석은 한밤 중의 메시지로 더 이상 보기 싫다고 쏘아붙였다. 그 메시지에 화가 났던 나도 "그래 잘 살아라"라고 답했지만 다음 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후회했다. 그 이후로 5년 동안 연락을 안 하다가 며느리에게 연락이 왔고 어디에서 살고 있고 무슨 일을 하고 있냐는 짧은 대화 끝에 아들 내외와 만나기로 했다. 아들을 만나면 무슨 말로 대화를 시작해야 할지 나를 진심으로 만나고 싶어 하는 건 맞는 건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다 보니 어느새 만나기로 한 장소에 도착했다. 기차역 앞에서 마치 엄마를 찾는 아이처럼  두리번거리며 기다렸지만 10분, 30분이 지나도 아들과 며느리는 보이지 않았다. 전화를 걸어봤지만 받지 않았기에 나는 혹시 사고가 난 걸까 하고 생각해봤지만 추운 날씨에 볼이 까끌해지도록 기다리자니 화가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전아내까지 생각나며 예전에 받았던 아들의 문자메시지가 생각나 더 화가 나기 시작했다. 아침과 점심도 안 먹었더니 춥고 배도 몹시 고팠기에 나는 기다리기를 그만두고 근처에 보이는 우동집으로 향했다. 자리를 잡고 주문을 한 후 창밖으로 건너편의 역 앞을 바라봤다. 아들로 보이는 남자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곧 눈 앞에 놓인 주전자마저 괘씸해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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