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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두부 Mar 30. 2023

sody, blue sky

2.

종이에 색연필,마카

인대에 염증이 생겼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몇 알의 약과 치료를 받고 헐거워진 발을 끌며 나왔다. 이상이 없다고 생각했던 발목까지 염증이 생겼다니 여름공기만큼이나 묵직한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알레(관장 알레힌드로를 이렇게 부르곤 한다.)에게 치료를 게을리 했다는 잔소리를 들을 생각에 집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한 소디는 집에서 가까운 마트에 들러 바닐라맛 아이스크림을 몇 개 사들고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는 지름길에는 길다랗고 좁은 길이 있었는데 소디는 그 길로 가는 것을 좋아했다. 가끔 노인들이 길 중간에 서서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는건 내키지 않았지만 빼곡한 나뭇잎들 사이로 햇빛이 쭉 뻗어나가는 풍경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졌다. 여름에는 햇빛을 더 잘 느낄 수 있었다. 소디는 아이스크림이 녹을세라 빠른 걸음으로 집에 도착했다. 포장이 바뀐 아이스크림 봉지를 보며 예전 포장이 더 나았다고 생각했지만 이내 여러개의 아이스크림을 재빨리 냉장고에 넣고 물렁한 소파가 꺼질세라 깊게 자리잡아 앉아 눈을 감았다. 얼마 지나 잠에 든 소디는 그대로 악몽을 꿨다. 죽은 아빠가 천장에 매달려 있는건지 머리 위에 서있는 건지 알수 없는 녹색 방 안에서 숨이 막힐 것 같은 공포가 머리를 덮었다.  덥고 무거운 공기는 기도를 점점 막아갔다. 소디는 유리로 둘러싸인 벽을 세게 쳐댔다. 하지만 유리는 깨지지 않고 더 두꺼워지는 듯 했다. 소디는 고개를 천천히 들어 위를 바라봤다. 자살한 아빠의 녹색 눈이 소디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잠에서 깨어났다. 숨을 막던 공기도 두꺼운 유리벽도 아닌 낡고 바랜 벽지가 보였다. 창 밖으로 위든씨의 기침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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