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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두부 Mar 30. 2023

Sody, blue sky

3.

종이에 색연필,크레용,마카

동생은 23년 만에 본 그 남자를 잘 따랐다. 마치 오래전 헤어져 보지 못했던 가족을 매일 기다렸던 강아지처럼 처음 그 남자가 집에 왔을 때 방으로 달려와서 펑펑 눈물을 흘렸다. 나는 아빠라는 그의 얼굴도 본 적도 없었으며 이야기도 듣지 못했기에 그리워하는 것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반가워 하는 방법은 더더욱 알지 못했다. 그래서 그가 처음 집에 왔을 때  길에서 마주쳤던 사람이 집 안에 들어온 듯 당황스럽고 기분나쁜 두려운 마음 뿐 이었다. 하지만 동생은 그가 온 첫날을 제외하고는 줄곧 옆에 붙어 쉬지 않고 이야기를 했다. 나는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몰랐지만 그가 온 지 석 달이 지나갈 무렵 그의 눈이 내 눈과 똑같이 생겼다는 걸 알게 됐다. 엄마는 그가 왜 떠났었는지 언급한 적이 없었기에 매일 밤 잠들기 전 나는 그가 집을 떠나는 모습을 상상했다. 짙은 갈색머리는 검은빛에 가까웠고 입꼬리는 도통 올라가는 법 없이 굳어있었다. 동생이 만든 망한 사과파이를 보았을 때라 던 지  동생이 웃으며 팔짱을 낄 때를 제외하고는 웃는 모습을 보기 힘들었다.

그런 그가 내 방 책상 모퉁이에 하얗고 작은 들꽃을 올려두고 그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가 발견된 곳은 오랫동안 빈 집이었던 옆집의 차고에서였다. 축 늘어져있는 그를 발견한 사람은 동생이었다. 그의 죽음 이후 그 애의 얼굴에서는 단 한 줌의 빛도 찾을 수 없었다. 1년 후 동생은 그와 같은 방법으로 죽음을 선택했다. 그가 남긴 하얀 꽃도 물기 없이 바스러진 지 오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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