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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두부 Mar 30. 2023

Sody, blue sky

4.

종이에 색연필, 마카,크레용

먼지가 가득 묻은 솜처럼 비구름이 하늘에 넓게 퍼져있었다. 식탁에는 옆집에 사는 코스가 준 바나나가 검게 변해 물렁해진 지 오래였다. 소디는 물컹해진 바나나를 만져보고는 3개 정도가 붙어있는 바나나를 쓰레기통에 버렸다. 바나나는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코스의 마음을 구겨 버리는 느낌이라 썩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한숨을 푹 쉬고 핸드폰 문자메시지 함에 온 엄마의 문자를 다시 읽었다.

[엄마 친구가 있으니 와서 당황하지 마렴]

배터리를 충전하지 못해 화면은 하늘처럼 어두웠다. 1년 만에 가는 엄마 집에 친구가 와있다는 문자를 보고 엄마에게 아직까지 친구가 남아있다는 게 신기했다. 운동복인 긴 트레이닝 바지를 입고 대충 머리를 빗어 넘긴 후 나오니 먼지색이었던 하늘은 파랗게 변해있었다.  워낙 변덕스러운 날씨이긴 하지만 이런 변화라면 나쁘진 않았다. 문을 잠그고 계단을 내려가니 코스가 잔디에 물을 주는 게 보였다. 소디는 좀 전에 버린 바나나가 생각나 괜히 머쓱해져 먼저 인사를 했다. 코스는 통통한 턱에 맺힌 땀을 손등으로 쓱 닦고는 밝게 웃어 보였다. 유난히 착해 보이는 그의 미소를 뒤로하고 엄마의 집에 도착하니 젊은 시절 꽤 장난스러웠을 것 같은 인상의 한 남자가 앉아있었다. 그는 밝은 얼굴로 소디에게 인사했다.

키가 190은 되어 보이는 그는 여유롭게 일어나 손을 내밀었다. 소디는 그와 짧은 악수를 한 후 주방의 냉장고에서 차가운 맥주를 꺼냈다. 소디의 엄마는 소디에게 프레즐을 먹겠냐고 물었지만 소디는 입맛이 없다며 그대로 자리에 앉았다. 소디가 프레즐을 먹지 않겠다고 하자 잭은 자신이 직접 만들어왔다고 말하며 나중에는 입맛이 도는 라즈베리도넛을 만들어오겠다고 말했다. 잭과 소디의 엄마는 대학시절 이야기를 꽤 오랫동안 나누었다. 소디는 오랜만에 보는 엄마의 편안한 얼굴을 보니 어딘가 안심이 되는 기분이 들었다. 조용히 둘의 대화를 듣다가 중간중간 잭의 농담에 조금 웃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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