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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두부 Mar 30. 2023

Sody,blue sky

5.

종이에 색연필,크레용,마카

엄마의 오랜 친구라는 잭을 만나고 온 뒤 소디는 심장이 살짝 떠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집에 돌아왔을 때는 다시 하늘이 흐려져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입맛도 생기는 듯했다. 소디는 냉장고에 넣어둔 초콜릿을 꺼내 툭하고 깨뜨린 후 아몬드가 들어간 쪽을 한입 물었다. 오도독하고 입안에서 쪼개지는 고소한 아몬드향에 조금 더 들뜨는 것 같았다. 왜 그런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내내 편안해 보였던 엄마의 얼굴과 과하지 않은 잭의 대화에 오랜만에 편안한 기분으로 주말을 보낼 수 있었다. 잭은 소디의 아빠와 많은 부분이 달랐다. 딱 한 가지 머리색만 빼면 분명 아빠와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소디는 자연스레 아빠를 떠올렸다. 흐린 하늘은 역시나 옅은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들을 바라보다 소디는 다시금 생각에 빠져들었다. 아빠를 처음 만난 건 소디가 7살이 되던 해 동생이 4살 정도가 될 무렵이었다. 당장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은 눈매라던가  크지 않은 키, 웃는 일은 드물었지만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인상을 가진 그는 소디보다는 소디의 동생과 많이 닮아있었다. 소디는 아빠를 닮지 않은 것이 내심 서운했지만 그런 소디에게 그는 자신의 머리색과 똑같이 닮았다며 소디에게 미소를 지어주곤 했다. 어디서 어떻게 살다왔는지는 몰랐지만 앞으로는 헤어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었다. 소디의 동생은 유난히 아빠를 좋아했다. 그도 딸들을 사랑했지만 그의 위에 뜬 먹구름은 결국 사라지지 않았다. 한참 동안 아빠의 그 거무스름한 갈색머리를 떠올리며 나뭇잎을 바라보고 있는데 소리와 함께 핸드폰의 알림이 울렸다. 엄마 집에서 말했던 잭의 베이커리 사진과 위치가 적힌 문자였다. 사진 밑에는 "샌드백대신 밀가루를 치고 싶을 때는 언제든지 오렴"이라는 문장과 함께 빵모양의 이모티콘과 스마일 이모티콘이 붙어있었다. 소디는 잭의 진한 갈색머리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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