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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두부 Mar 30. 2023

Sody, blue sky

6.last episode

종이에 색연필,마카

작은 화면에서는 가을을 예고하는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모든 것을 녹여버릴 것 같은 여름도 차츰 그 열기의 꼬리를 내리고 뒷걸음질 칠 준비를 했다. 밤이 되면 선선한 바람이 발바닥을 훑고 지나갔다. 지난 주말 소디는 잭과 엄마와 함께 자동차극장에 갔었다. 영화는 오래전에 흥행했던 것이었는데 엄마와 잭이 그 영화를 꽤나 진지하게 보는 모습에 소디은 왠지 모르게 그 광경이 웃기기도 했다. 잭은 가끔 새로운 빵을 만들었다며 소디가 일하는 복싱클럽에 빵을 한 아름 씩 들고 와 직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는데 빵이 맛있었는지 직원들은 잭의 베이커리의 단골이 되었다. 심지어  복싱클럽의 관장은 소디에게 빵의 레시피를 알고 있냐는 질문까지 했다. 소디는 사람들의 그런 모습도 잭의 모습도 싫지 않았다. 오랜만에 찾아간 정신과 의사는 소디의 일상얘기를 듣고는 소디가 먹던 약을 조금 줄여도 되겠다는 말을 했다. 소디는 한알이 줄어든 약봉투를 들고 집으로 오는 길에 잭이 만든 케이크를 떠올렸다. 하얗고 부드러운 생크림 그 위에 올라간 진주모양의 설탕구슬들, 그 케이크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소디는 빠른 걸음으로 집으로 들어가 하얀 생크림 케이크를 만들고 동생이 잠들어있는 곳으로 향했다. 푸른 잔디 앞 동생의 묘비석 앞에 케이크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 옆에 앉아 눈을 감고 동생을 떠올렸다. 하얀 생크림의 달큰한 향이 퍼져나갔다. 조금 높아진 하늘은 이제 파란 여름이 아닌 하늘색빛으로 변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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