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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두부 Apr 10. 2023

단편보다 단편 같은

퇴근하고 나니 왕궁입니다만


Mix media on paper

10년 넘게 잘 굴러가고 있는 인사 1팀의 둥근 시계에 눈치가 장착되었다면 분명 지금쯤 흔적도 없이 폭파되어야 했다. 인사 1팀의 직원들은 특이하게도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면 본인의 핸드폰 시계가 아닌 하얀 벽 위에 달린 시계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초침을 움직여버릴 것 같은 뜨거운 시선에 힘입어 초침은 꼬장꼬장한 한 부장처럼 뒷집 지듯 정각을 알렸다. 몇 분 정도 지나자 부스럭 대는 소리를 시작으로 한 두 명씩 퇴근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월요일이 끝났다는 안도감에 꺼진 모니터에 비친 나를 한번 쓰다듬듯 바라본 뒤 회사밖을 나왔다. 그런데 회사밖을 나오자마자 눈앞에 보여야 할 삼거리 횡단보도 대신 높게 솟구친 붉은 성들이 가득 시야를 메웠다. 심지어 돌길사이로는 검고 푸른 바다마저 보이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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