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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두부 Apr 15. 2023

콩두부의 단편보다 단편같은

봄의 아이 part.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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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그날의 봄볕보다 따뜻한 눈빛으로 내 눈을 바라봤다. 나는 힘겹게 눈을 마주쳤지만 다시 발끝으로 떨어트렸다. 그런 나를 바라보는 할머니의 눈빛은 어땠을까. 할머니는 이제 막 8살이 된 손녀의 손을 잡고 조용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가, 네가 아픈 건 그리고 유난히 날이 좋은 이 봄날에 더욱이 아픈 건... 봄의 아이가 슬퍼서란다."

"봄의 아이...?"

처음 듣는 이야기에 나는 의심스러운 마음으로 고개를 조금 들어 물었다. 여전히 눈은 마주치지 않았지만  해답을 발견한 사람처럼 가슴이 두근거렸다.  할머니는 봄의 아이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봄이 되면 겨울왕비의 딸인 봄의 아이가 깨어나는데 아이가 깨어나면 엄마인 겨울왕비는 볼 수 없기 때문에 봄의 아이는 여름이 다가올 때까지 슬퍼했다고 한다. 봄의 아이는 연꽃잎을 물들인듯한 머리카락에 하얗고 동그란 얼굴을 한 사랑스러운 아이였는데 아이가 긴 잠에서 깨어나면 시냇물도 나무들도 들판에 핀 모든 것들이 기뻐서 꽃을 피우고 까다로운 바람마저 온화해진다고 했다. 하지만 봄의 아이는 피어난 꽃이 원망스러워 땅이 얼고 눈이 내리길 바랐다. 봄은 엄마를 만날 수 없다는 슬픔으로 가득 차있기 때문이었다. 아이의 슬픔은 그 해에 가장 착한 누군가에게 전해졌는데 그 착한 아이 또한 슬픔의 병을 앓아야 했다.  봄의 아이가 슬픔을 이겨내려고 노력할 때쯤 여름이 찾아오고 여름이 오면 봄의 아이는 다시 엄마를 만날 수 있다는 꿈을 안고 잠에 들었다. 나는 이야기를 듣고 한참을 울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들은 후로도 우울함과 싸워야 했지만 지금은 봄이 찾아오면 할머니가 어리고 아팠던 손녀를 위해 들려주었던 봄의 아이를 떠올리며 살포시 웃을 수 있는 그런 봄을 맞이하게 되었다. 봄의 아이, 그 아이도 지금쯤은 나처럼 훌쩍 커버려 겨울에 사는 엄마를 만났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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