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기획자지만 PM처럼 일하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했었다.
왠지 이에 대한 자부심도 조금 있었다.
그런데 지난 주의 일로 그것은 온전힌 나만의 착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애플이 iframe에 대한 보안정책 스탠스를 바꾸면서
한 결제수단에서 호출이 잘 안 되는 케이스가 생겼다.
다른 결제수단으로 바꾸어야 했고, 페이지전환은 서버단부터 바꿔야 해서,
무작정 팝업으로 하자는 말에 오케이를 했다.
그런데 결국 테스트를 하다가 팝업 허용 이슈가 도드라져서 이 건을 진행하지 않는 걸로 최종 결정 했다.
일이 많아도 페이지 이동으로 전환할 것 같다.
나는 왜 공수가 많이 든다는 사실만 듣고, 개발에서 팝업도 괜찮다는 얘기만 듣고, 결제사에서 괜찮다는 이야기만 듣고. 물어보기만 핟고 내가 직접 찾아보지는 않고 결정을 내린걸까??
1차로 후회가 되는 부분이다.
테스트를 하면서 나온 결함들은 하나같이 팝업 허용 문제였다. 각종 웹에서 팝업 허용이 되어 있지 않으면 유저가 결제를 할 때 허용하고 되돌아가야 해서 너무너무 불편한 게 하나, 무엇보다 어떤 앱은 앱 자체적으로 허용을 막아버리는 것이 또 하나였다.
팝업 허용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테스트 첫날, 둘째날부터 알아채고 관련 결함을 찾으려 깊게 팠지만,
이것을 더 이상 진행해도 되는 건지. 에 대해서는 한 시라도 고민하지 않았다.
그저 주어진 프레임 안에서 어떻게 잘 풀어낼까만 생각했다.
특히 지난 주에는 힙서비콘 준비에 정신이 팔려서 더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 그렇게 4일을 날리고 결국 금요일에야 드랍결정을 했는데, 그것도 모듈리더와 이야기를 하고 나서였다. 내가 결정한 게 아니고 리더가 결정한 것이었다.
내가 미리 이슈업을 하지 못한 것이 너무 부끄러웠고, 스스로 이번 주 다른 데 정신 팔려있었던 걸 들킨 것 같아 또 부끄러웠다.
여태 혼자서 잘 해낸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모듈리더가 생기고 나니 내가 그동안 못했던 구멍들이 보인다.
특히 이런 강단 있는 의사결정이나 빠른 판단력이 시스템 쪽으로 갈 수록 부족하다.
나는 아직까지 주어진 일을 어떻게 더 잘 할지만 고민하는 기획자인 것 같다.
정말로 이 일을 해야 할 가치가 있는 건지, 어떤 걸할 건지 고민하는 방향성을 제시하는 사람으로서 일하고 싶다.
그렇게 일하려면,
개발에만, 주변에만 물어보지 말고 내가 직접 찾아봐야 한다. iframe 보안 이슈 있었던 건 옛부터 알았지만 그냥 흘렸다. 나에게 크게 중요한 정보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팝업 허용 요청도 우리 일상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이지만 그걸 이 개선 건과 연결해서 생각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무려 테스트 시점에야 생각이 났다. 개발이 맞다고 해도 그래도 내가 한 번 더 찾아보고 막을 수 있다면 엄청난 리소스 절약이니까, 멋진 기획자라면 맞는 돌다리도 두들겨볼거다.
수행사가 차지하는 돈을 너무 아까워하지 말자. 아무리 가격이 내가 생각하는 기준에 맞지 않다고 해도, 그걸 매번 아까워하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중요한 건 그 리소스를 어디에 배분해서 어떻게 잘 쓸 거냐지, 무조건 돈 많이 나온다고 그걸 피할 필요는 없다. 돈 많이 나오는 방식이 장기적으로는 돈을 아끼는 방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실수에서 배우면 그게 최고의 성공 아니게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