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서퍼로서 가장 아쉬운 점이라면 바로 평일 서핑을 못 한다는 점이다. 모두가 몰려드는 주말에는 아무리 빨리 일어나서 바다에 나가도 곧 라인업은 사람들로 가득 찬다. 경쟁이 치열한 파도에서 나 같은 초짜는 파도를 타는 데 한계가 있다. 한정된 라인업에서 아무래도 잘 타는 사람들이 더 큰 파도를 더 빨리 잡기 때문이다. 더 많이 타려면 더 잘 타는 수밖에 없지만 더 잘 타려면 더 많이 타야 하는 딜레마에 봉착하는 것이다! 하지만 평일이라면 얘기가 조금 다르다. 평일에는 파도가 엄청 좋은 날을 제외하고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아서 자유롭게 연습할 수 있다.
그래서 평소라면 휴가 쓰기가 참 망설여지는데 서핑이라면 당치로 휴가 쓰는 게 정말 하나도 아깝지 않다. 오히려 서핑으로 휴가 쓰면 참말 기분이 좋아.
양양에는 여름에는 보통 파도가 없다. 태풍을 기다려서 태풍이 남기고 간 파도를 타야 하곤 하는데, 올해는 유난히 길어진 장마로 파도가 평소보다 조금 더 있는 편이었다. 감사하게도 금요일부터 화요일까지 쭉 파도가 있다. 바로 이 때다 싶었다. 사람들은 주말에 다 타고 평일이 되면 사람이 적을 터였다. 보통 태풍처럼 특정 이벤트로 파도가 커지는 때에는 시작할 때 파도가 꿀렁꿀렁 차피하고 피크가 지나가고 나면 정리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사람도 가고 태풍도 지나가고 나는 화요일 당일치기를 노리기로 했다.
월요일 토 나오게 후다닥 일을 끝낸 후, 두근두근 신나는 마음을 안고 고속버스터미널로 향했다. 버스에서 눈을 감았다 떴더니 어느새 도착한 양양 터미널. 얼른 시즌방으로 향해서 잠을 자고 새벽에 부리나케 일어나서 물치로 향한다. 주말이라면 해가 뜨기도 전에 움직일 테지만 오늘은 화요일이니까 마음도 조금 여유롭다.
다섯 시 반쯤 일어나서 여섯 시 반에 입수! 핑크빛과 상아색이 섞인 오묘한 색의 하늘을 보며 바다로 들어간다. 해와 바다가 섞인 날은 항상 경이롭다. 그런데 처음에는 파도가 너무 작은 것 같아서 조금 당황했다. 눈치게임에 실패한 것인가. 하는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조금씩 파도가 올라왔고 신나게 타기 시작했다.
나는 정말로 아침을 안 먹고는 못 배기는 인간인데 이 날만은 굶주림을 참으며 서핑을 했다. 파도가 크지는 않았지만 잘 잡히는 파도였고 평일에 사람이 많이 없는 바다에서 타는 터라 너무너무 신이 났다. 오늘은 파도 한 서른 개는 타겠다! 하며 밥 먹을 시간도 밥 먹을 정신도 없었다. 어느새 해는 머리 위로 떴고 배에서는 난리가 났다! 슈트 안에 초코바라도 슬쩍 넣어올걸 하는 농담을 하며 주린 배를 달래 가며 파도를 탄다. 어느새 바다가 잔잔해진 틈을 타 얼른 편의점에 가서 도시락과 라면을 사 먹는다. 진짜 서핑하고 먹는 라면의 맛은 끝내준다! 정신을 잃고 너무나 많이 먹은 탓에 나른해져서 잠시 쉴까 망설였지만 파도가 올라오는 것을 보고는 다시 들어갔다. 파도는 있을 때 타는 거니까.
물치 파도의 좋은 점은 라인업이 짧다는 점이다. 라인업 들어가기가 너무 편해서 다른 스폿에서 탈 때보다 더 지치지 않고 오래 탈 수 있다. 그래서 공복에도 두 시간이나 탈 수 있었고 밥 먹고도 두어 시간은 더 탔다. 끝끝내 파도가 작아져서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나왔다.
여유롭게 씻고 비빔면 한 사바리 하고는 누워서 옥수수를 먹으며 창밖을 본다. 창문 너머 뒷마당에는 밤송이가 익어가고 있다. 보기만 해도 벌써 마음이 두둑한 우리의 가을 식량. 귀에는 매미소리가 들려오고 열린 창문으로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온다. 올해 중 가장 여름 같은 순간이다.
저녁에는 파도가 더 줄어들어서 아쉽게도 파도를 타지 못했다. 여름 서핑은 응당 선라이즈와 선셋 두 번은 해 줘야 하거늘. 아쉬웁지만 그 대신 속초시장에 감자전과 막걸리를 먹으러 향했다. 가판에 쪼그려 앉아 갓 구운 감자전과 한 잔 천 원짜리 막걸리를 한 잔 하면 완벽한 하루의 마무리가 될 터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사장님은 11월의 만남을 남겨둔 채 어디론가 떠나버렸다.
아쉬운 맘에 다른 집에서라도 감자전과 막걸리를 배불리 먹고 서울로 다시 돌아가는 저녁이지만서도 오늘 하루도 잘 놀았다!
7/19 화요일
물치와 속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