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찬 7월의 주말
지난 파도 이후 또 거의 한 달이 지난버렸다. 무엇보다 이제 완연한 여름이 되었다.
금요일 밤 야근을 하고 부리나케 새벽에 양양으로 달려갔다. 파도가 있을 지 없을 지는 미지수였지만, 아무렴 어때. 일단 바다가 보고 싶었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놀랍게도 쪼꼬미 파도가 있다. 이게 어디냐며 얼른 수리 맡겨놓은 보드를 찾으러 갔다가 입수! 조류는 조금 있었고 파도가 힘이 없어서 길이 금방 사라졌지만 감지덕지였다. 점심에 영어수업 예약해 둔 것이 있어서 잠시 나갔다 왔더니 그 사이 줄었지만 그래도 참 기분 좋은 아침
즐겁다. 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내 입꼬리는 나도 모르게 귀에 걸려있다. 입꼬리가 계속 올라가 있으면 볼 가운데가 땡긴다는 걸 알았다. 한낮이 되어 파도가 없어지자 밖으로 나와서 맛있는 쭈꾸미와 고기를 먹었다. 저녁 느지막히 또 파도를 탄다. 저녁 파도는 조금 더 있어서 조금 더 재미있게 탔다.
지난 달만 해도 아직 긴팔을 입어야했는데, 이제는 소매가 없는 긴바지를 입어도 충분하다. 팔이 자유로우니 어깨도 훨씬 가볍다. 정말 패들할 맛이 난다. 이게 바로 여름 서핑의 맛이다.
다음 날이 되어 혹시나 하고 살폈지만 역시나 오전에는 파도가 없다. 괜찮다. 오늘은 째복잡는 날이다!
아침에 양양 시내에 새로 생긴 빵집에서 크로와상과 커피를 먹고 오전에는 기쁜 마음으로 태닝을 한다. 오히려 좋아.
백사장에 누워서 태닝을 하다가 째복을 잡는다. 딱 이맘 때, 해수욕장이 개장하기 직전에 째복이 가장 실하고 많다. 어제부터 서핑하는데 발에 얼마나 많이 밟히던지. 오전부터 째복 잡을 생각에 손이 근질거렸다.
작고 빨간 양파망을 얻어다가 째복을 잡으러 풍덩 입수했다. 발로 꼼지락꼼지락 째복가족을 찾아서 양파망으로 이사시킨다.
태닝하다 더워지면 풍덩 들어가서 째복을 잡고 바닷속에서 추워지면 다시 나와서 태닝을 한다. 물안경을 끼고 바닷속을 보면 물 위에서는 몰랐던 새로운 세계가 보인다. 이렇게 가까운 바다에도 물고기가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얕은 바닷속에도 두어마리씩 물고기가 노닐고 있는데, 째복을 잡는답시고 발로 모래를 헤짚으면 나를 따라온다. 아마도 모래를 뒤짚으면 먹을 것이 나오나보다. 물고기와 나도 잠시간은 공생의 관계가 될 수 있음에 감격한다.
발꼬락이 닳도록 째복을 잡고는 먹는 저녁, 꿀맛이로구나.
잔뜩 잡은 째복을 집으로 들고 와서 뭘 해먹을 지 고민하지만 역시 최고는 째복죽.
해감한 째복을 삶아서 껍질을 깐다. 조개살을 잘게 잘라서 참기름과 볶다가 불린쌀을 넣고 조개육수를 조금씩 넣어가며 쌀이 다 불때까지 이 작업을 계속한다. 금방 눌러붙기 때문에 계속 저어줘야 한다. 손은 조금 갔지만 내가 만들어놓고도 너무 맛있다. 째복 최고, 다음 주에도 또 잡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