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취미는 양분되는 것일까?
취미는 뭘까?
누군가 시키지 않아도 하는 일이라고 하고 싶다.
즉 그 자체만으로도 즐거운 일들을 의미한다.
일상에서 일의 중요성이 커질수록 취미의 소중함도 커졌다.
일에 소모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내가 사는 이유를 찾는 곳은 딱 두 가지, 가족과 취미다.
지쳐있다가도 서핑이나 여행을 가면 "이게 사는 이유지"라는 생각이 절로 들고
다시금 일에 집중할 에너지를 얻는다.
| "취미가 뭐예요?"
라고 내가 묻는다면 그 사람의 조각을 더 알고 싶어서 하는 질문이다.
나와 공유하는 시간을 제외한, 그/그녀가 하면서 행복해하는 일이 궁금한 이유에서 묻는 질문.
그 사람을 더 알아야만 그 사람과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생각하는 데 편하다.
취미가 운동인 사람에게는 걷자는 말을 더 쉽게 할 수 있는, 그런 류의 의도가 담겨있다.
하지만 면접에서는 달랐다.
질문을 묻는 의도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S대기업 인사팀 임원의 경우 이랬다.
적어도 면접에서만은 답변자는 특별한 취미가 없어야만 했다.
서핑이나 자동차 튜닝 등 특별한 취미가 있다는 이야기는 면접에서 그리 좋은 인상을 주지 못했다.
일보다 일상에서 더 우선시하는 요소가 있다는 걸로 간주되었기 때문이다.
적잖아 충격을 받았다.
그에게는 일과 취미는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존재가 되지 못했다.
취미는 시간과 관심사 같은 한정된 자원을 잡아먹는 존재라고 생각이 될 뿐이었다.
|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대표적인 취미는 서핑이다.
하지만 또 다른 취미는 글 쓰기, 미드 보기, 사람들 초대하기, 여행하기다.
하지만 이 때문에 내가 일을 소홀히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일에서 성취감을 얻고 일을 하면서도 행복할 수 있는 이유는 일을 통해서 내 존재가치를 찾기 때문이다.
하지만 존재가치는 존재하는 이유를 찾을 때만 의미가 있다. 내 존재이유는 가족과 취미로 찾을 수 있다. 가족은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취미는 내가 얼마든지 영위할 수 있는 것이다. (가끔 몸이 내가 원하는 대로 따라와 주지 않을 수는 있다)
최근 잦은 야근을 하며 일을 마무리하고 있다.
동시에 주말마다 집들이를 하고 (3주간 주말마다 4개의 집들이를 했다)
중간에 파도가 있으면 서핑을 가고
지쳐 나가떨어졌을 때 즈음에는 집에서 가만히 블로그나 브런치에 글을 썼다.
지금도 어제 퇴근하자마자 영화를 본 후 12시간 자고 나서는 일어나자마자 글을 쓴다.
한편 한시 빨리 발리가 자가격리를 없애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일만을 했다면 이렇게 열심히 일의 마무리를 위해서 시간을 쓸 수 있었을까 싶다.
나는 일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일에서 에너지를 얻는 타입은 아니다.
일을 하면서 "이게 사는 이유지"라고 생각하는 타입도 더더욱 아니다.
나의 삶을 소중하게 만드는 것들은 아래의 것들이다.
꽉 낀 출퇴근길 지하철 나를 구원해주는 유일한 존재 미드 오피스
"이게 사는 거지"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하는, 삶에서 감격을 느끼게 하는 서핑
주말 아침 "아 행복하다~"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글쓰기
일상의 소소한 재미,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하여 저녁 대접하기
내 삶을 객관적으로 돌아볼 수 있게 하는 만병통치약 여행(서핑 트립)
+ 가족
이것들이 내 삶을 계속하게 하는 원동력이자 이유이다.
일과 취미를 양분하는 관점은 '워라밸'이라고 하는 단어와 같은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work and life balance라는 말의 기저에도 일은 삶과 양분된다는 생각이 존재한다. 일은 삶의 일부인데도 말이다. 일이 잘 되면 삶이 잘 되는 것이고 삶을 풍부하게 사는 것에는 일이 필연적이라고 생각한다. 취미도 마찬가지다. 취미를 풍부하게 할 때 일하는 시간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취미가 뭐예요?라고 물었을 때 면접에서는 그들이 원하는 대답을 하겠지만, 나의 취미는 여전히 풍부하고 더 발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