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이타심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삼 Nov 05. 2019

기망 없는 거짓

오래전 글을 살피다가 아래의 글을 발견했다. 

정말 오래전에 어디선가 보고 타이핑 쳤던 내용인데 다시 읽어봐도 분명 사람들로 하여금 뭔가를 느끼게 만든다. 

사실 글을 처음 접했을 때는 그런 사람도 있겠지라고 생각하고 그저 감동스럽다는 느낌만 가졌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에서 느끼는 그 글의 내용이 남다르다. 살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가 삭막해지고 이해타산적인 상황 속에 놓이다 보니 더욱더 그러한 듯싶다. 

거짓말을 했다는 자체는 분명 남을 기망하고 속이는 행위지만, 

그 거짓말이 때론 남을 위한 이타적인 결과로 나타난다면 그런 거짓말도 나쁘지 않을 듯싶다. 

보통은 상대를 기망하거나 속이는 이유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나 남에게 불이익을 제공하려는 데 있으나 글 속에서 그는 적어도 상대를 기망하려 했던 의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상대에게 안식을 전했을 뿐이다. 

아이를 키우고 나이가 들어서일까? 같은 글임에도 10년 후 다시 보는 지금, 그 느낌이 다르다. 특히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가 생각이 난다. 

인생이 아름다운 것은 아름다운 것이 주어져서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아름답게 보기 때문이겠지? 



오늘 이 글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해 본다. 

나라면 그렇게 했을까? 





심각한 병을 앓는 두 남자가 한 병실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중 한 남자는 날마다 허파에 고이는 액체를 빼내야 했으므로 오후에 한 시간씩 침대에 앉아 있어야 했습니다. 

그의 침대는 병실에 하나밖에 없는 유리창 옆에 있었고, 다른 남자는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서 지냈습니다. 두 사람은 아내와 가족에 대해서는 물론, 직업이며 군대생활에서 있었던 일 또 휴가 땐 어디를 갔던지 등 많은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매일 오후, 창가 침대의 남자가 일어나 앉으면 그는 창 밖의 풍경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늘 침대에 누워서만 지내는 남자는 창 밖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듣게 되는 시간을 손꼽아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병실의 침상에서는 볼 수 없는 활기 가득 찬 바깥세상을 말이죠. 

그 창은 아름다운 호수를 끼고 있는 공원을 향해 나 있었습니다. 
어린애들이 모형 보트를 물에 띄우고 즐기는 동안 오리며, 백조들은 물 위에서 한가롭게 헤엄을 치고 젊은 연인들은 서로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한 공원을 거닐었습니다. 또 멀리 보이는 도시의 근사한 스카이라인은 이야기만으로도 가슴이 설레었습니다. 이처럼, 창 밖의 풍경에 대해 얘기를 들을 때면 남자는 침대에서 눈을 감고 그것들을 직접 보는 것처럼 상상을 하였습니다. 

어느 따뜻한 오후였습니다. 
남자는 창밖에 퍼레이드가 지나가고 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밴드의 음악소리는 들을 수 없었지만 다른 남자의 얘기를 들으며 침대에 누운 남자는 실제로 퍼레이드가 지나가는 것을 마음의 눈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날이 가고, 달이 흘렀습니다. 
어느 날 아침 두 사람을 목욕시키러 온 간호사는 창 쪽의 남자가 잠자듯 평온하게 세상을 떠난 걸 발견했습니다. 그녀는 슬퍼하면서 그의 주검을 옮기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일이 마무리되고 적당한 때가 되자 혼자 남은 남자는 자신의 침대를 창 쪽으로 옮겨도 되는지 물었습니다. 간호사는 기꺼이 그의 침대를 옮겨주었고 그가 편안하도록 돌봐주었습니다. 

남자는 처음으로 창 밖 세상을 구경할 준비를 했습니다. 
천천히, 고통을 참으며, 팔꿈치를 괴고 몸을 일으킨 뒤 고개를 돌렸습니다. 
그런데, 그 창은 벽으로 가려져 아무것도 보이는 게 없었습니다. 

남자는 어떻게 된 일인가 간호사에게 물었습니다. 
어찌하여 죽은 그 사람은 그처럼 아름다운 것들을 그에게 얘기해 줄 수 있었는가? 

간호사가 말했습니다. 
그는 장님이었어요. 그는 이 창이 벽으로 막혀있는 것도 몰랐을 거예요. 
아마 당신에게 기운을 북돋워주려 그렇게 한 것 같네요.   
매거진의 이전글 사회적 이타심의 필요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