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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삼 Dec 18. 2019

좋은 사람 이야기 둘

좋은 사람 이야기 하나에서는 오아시스 같은 친구에 대해 적었다. 

이번 이야기는 오아시스라기보다는 길잡이 같은 분에 대한 이야기이다. 


예전에 한창 등산을 즐겼을 때가 있었다. 

한 번은 험하지는 않았지만 중간에 길을 헤맸던 적이 있었다. 믿고 길을 갈 수 있었던 이유는 나뭇가지에 걸려 있던 오래된 리본이 전부였다. 난감한 것은 갑자기 그 리본이 더 이상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그래서 등산을 하다가 길을 잃을 때가 있었다. 원래는 2시간 코스였지만 길을 잃다 보면 망막함 속에서 한두 시간을 더 허비하게 된다. 결국 다시 리본을 찾고 길을 찾아서 내려온 경험이 있다. 그러고 보면 나뭇가지에 힘없이 매달려 있던 그 리본 덕분에 무사히 산에서 내려온 셈이다. 

산을 오르다 보면 편한 길도 있고 험한 길이 있다. 신기한 것은 험한 길이지만 누군가가 지나갔던 길이였는지 리본이 하나씩 매달려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 리본이 망막함 속에서 매우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준다. 


지금 말할 좋은 사람은 숲 속에 리본과 같이 길잡이와 같은 분이시다. 


그분과의 첫 대면은 내가 연구원에서  CEO아카데미를 운영할 때였다. 그리고 그분과의 만남은 다른 아카데미에서도 연이어 만났었다. 학위는 받았어도 여전히 나는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일개 연구원이었으나, 지금 생각해 보면 유일하게 나를 챙겨주셨던 분이기도 했다. 

그분과 절대적으로 친하게 된 계기는 그분의 박사학위 논문 발표 때였다. 논문 심사를 받는 시점에서 심사위원들의 코멘트에 해당하는 부분에 약간의 도움을 드렸던 것이 계기가 되었다. 그 일을 할 때도 아무런 계산 없이 단지 고마워서 돕겠다고 나섰던 기억이 있다. 고마웠던 이유는 이전의 아카데미 때도 오셨는데 두 번째에도 자리를 하셔서 고마웠다. 당시 아카데미의 경우, 참석비를 일부 받아서 진행했는데 고액이었던 탓에 많은 CEO를 섭외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망설임 없이 참석해 주신 것에 너무나 고마웠던 탓에 뭐라도 보답을 드리고자 돕겠다고 나섰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무사히 심사에 통과되었고 지금 그분은 박사 신분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계시는 중이시다. 


어찌 보면 다된 밥에 숟가락만 얹었을 뿐인데, 그 계기로 인해 그분과 매우 친하게 지내기 시작했다. 

아마도 나에 대해 고마운 마음으로 나를 챙기셨겠지만 웬만한 중요한 자리에 나를 불러서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남들이 쉽게 갈 수 없는 자리에 많이 참석을 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이는 들었는데 학위를 받고도 여전히 연구원에서 허드렛일을 하고 있는 모습이 안타까워서 돕고 싶은 마음에 그리하셨을 것으로 본다. 좀 더 잘 되라고... 사실 이 정도로 밀어주면 누구라도 사회적으로 성공을 해야 하는데 나는 사회적 성공보다는 그저 참석하고 사람들을 알아가는 데 만족했던 것 같다. 



무엇보다 그분을 높게 사는 이유는 다름 아닌,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숲 속의 리본과 같이 길잡이를 해 주셨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일을 하다 보면 정규 교수나 대학에서 일을 하는 교직원이 아니고선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매일같이 내일에 대한 고민을 달고 살아간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 일을 그만두면 무엇을 해야 하나? 계약 연장은 가능할까?  등등. 특히 계약 연장은 사람으로 하여금 최선을 하게 만든다. 솔직히 할 필요 없는 일까지 찾아가며 자신의 능력을 윗선에 보여야 인정을 받기 때문에 그 어느 정규직보다 더 열심히 인생을 살아가는 것 같다. 적어도 나는 계약 연장을 위해서 매일 같이 나 자신의 평가에 신경을 쓰며 최선 이상으로 살았었다. 그나마 최선으로 살지 않았던 기간은 대학에서의 계약교수 일을 그만 두기 전 10일이 전부였다. 그 뒤로 전업주부 생활을 하고 있다.


이런 생활을 한 나에게 그분은 늘 길잡이가 되어 주셨다. 많이 든 조금이든 흔들릴 때마다 그분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 산길을 보다 다시 나뭇가지의 리본을 보게 된다. 사실 어떤 일을 하게 되면 이 일밖에 없을 거라 믿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 말고도 할 일이 더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산을 헤매지 않도록 늘 한결같은 충고와 위로를 아끼지 않으시는 분이다. 

게다가 그분은 나에게 하대하지 않으신다. 여전히 "교수"라는 칭호를 붙여주신다. 한 번은 "교수"라는 칭호가 너무 부끄럽다고 그만 불러주십사 부탁을 드렸지만, 한번 "교수"는 계속 "교수"라면 추켜 세워주셨다. 그래야 사람들로 하여금 무시당하지 않는다고.... 


또 한 번은 일을 그만두었으니 다른 일을 해 볼 생각이라고 말씀을 드렸더니... 이리 말씀하셨다. 

다른 일하는 것이 새로움에 잠깐 힘이 될 수는 있지만, 해보지 않은 일은 독이 될 수 있다고. 그러니 시간을 두고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말씀하셨다. 아직 여유가 있다고.... 가장 잘하는 일이 있는데 왜 다른 일을 하려 하나였다. 

이상하게도 나는 그분의 말씀을 들으면 용기가 생긴다. 아마도 그분에게만은 인정을 받아서 그럴 것이라 본다. 그리고 그분의 말씀에 따라 다른 생각 말고 지금까지 글을 쓰고 있고, 내가 했었던 일을 중심으로 새로운 일을 고민하고 있는 중이며, 하나씩 하니씩 내가 가장 재밌어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무엇보다 현재 조금씩 현실로 이루어지는 것을 느낄 때마다 숲 속의 산길보다 숲 속의 리본을 보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10년 차이나는 나의 친형보다 나이가 많으신 분과 허물없이 친해지기는 쉽지는 않다.

내가 주기보다는 내가 받는 게 늘 많아서 늘 부족함에 죄스럽지만, 그래도 늘 한결같이 넉넉한 마음으로 맞이해 주실 때마다 솔직히 나는 너무나 기쁘다. 


인생에서 가족 이외에 이처럼 나의 길잡이 되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그런 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인생은 외롭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 그리고 나 또한 언젠가 누구에겐 가는 숲 속의 리본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도 잘 안다. 

배웠기에 배운 것을 실행하는 것만이 어쩌면 소중한 것을 알게 된 보답의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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