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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삼 Oct 06. 2020

남자 가정주부의 푸념

분명 전보다 나은 삶을 살고 있는데 힘들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딸아이가 8살이 되어 초등학교 1학년이 되었고,

어느 정도 말도 잘 알아듣고, 전보다 분명 더 나은데,

갈수록 마음 한 구석은 조급해지고 때론 답답해진다.


시간이 흐를수록 좀 더 나아지고, 이전처럼 활발하고 내가 바라는 바대로 움직이며 하나씩 성취하면살아갈 것이라 믿었는데 현실은 보이지 않는 족쇄를 찬 것처럼 답답하다. 그나마 앞으로 할 일을 조금씩 현실화시키는 일을 하고 있어서 위안은 되지만 여전히 "능력 없는 남자"로 보이는 내 모습이 싫은 게 사실이다.

이번 추석도 나는 매우 초라했다.


어쩌면 아이가 어려서라는 것도 핑계이고,

가정주부를 하고 있어서라는 것도 핑계일 것이다.

오래전부터 염려하고 무서워했던 것이 하나 있는데 아마도 그 굴레 속에 너무나 빠져있는 듯싶다.

그래도 이렇게 고민하는 것은 더 빠지기 싫어서 나름 용쓰고 있는 모습일 것이다.  


전부터 염려했던 일은 아무리 싫어하는 일이라도 수년간 반복하면 타성에 젖어서 그대로 멈춰버리는 일을 말한다. 좀 더 쉽게 이야기해서 어쩔 수 없이 시작한 가정주부 생활이 반복되고 반복되어 그 생활에 익숙해져서 다른 일을 하기에 용기보다 망설임이 많아지는 것을 뜻한다.


생각보다 가정 일을 하다 보면 마냥 그림 같지는 않다.

현실적인 부분을 되뇌어 보자면, 집안일을 하는 삶의 모습은 어제오늘 비슷하여 매우 단순하게 보이지만, 계속해서 새로운 것 또는 남들보다 더 나은 모습으로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늘 쫓기는 듯한 기분을 가지게 된다. 실제로 내 아내는 나의 한참 부족한 집안 살림 솜씨에 대해 불만이 있어도 크게 불만을 표현하지 않지만 나 혼자서 혹여나 하는 마음에 늘 불안하다. 그나마 불안감을 가지고 움직여야 기본은 하니까.


그래도 늘 부족함 투성이고,,,

부족함 없이 집안일을 하기 위해서는 나는 너무 쉽게 피곤해진다.

아마도 집안일이 천직이라 생각하고 늘 즐거움의 원천으로 인지했다면 괜찮았을 텐데,,,, 나는 집안일은 나의 천직이 아니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아직도 내 마음속에는 여전히 알량한 "남자"라는 생각이 존재해서 그럴 것이라 짐작해 본다.

아니면, 금전적으로 안정적이지 않은 형편이라서 그럴지도 모른다. "내가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을 보면...






그래서 조금이나마 발전적이고 지치지 않으려고 개인적으로 온라인 작업으로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도 하지만 혼자서 고민하고, 혼자서 해결해야 하고, 마냥 결과에 대해 고스란히 혼자서 책임져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적잖이 지루하고 피곤할 때가 많다. 특히나 혼자서 집중할 때가 많은데 매 순간 흐름이 끊기는 것도 문제이기도 하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바이럴 마케팅"에 관한 일이다. 그 일을 하다 보니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 일이 많다. 집중해서 글을 써야 하고, 그 글에 부합하는 디자인도 만들어야 하는 일인데 낮에는 딸아이 케어와 교육, 그리고 필요한 집안일로 인해 사실상 작업이 어려울 때가 많다. 그래서 아내가 퇴근하면 대충 정리하고, 아내와 딸아이가 잠에 들면 바로 작업을 시작하는 편이다. 그렇게 일을 하다 보면 새벽 2시는 금방이다. 그렇게 작업을 하고 3~4시간 정도 잠을 잔 후, 아침에 식사 준비를 시작으로 새로운 아침을 맞이 한다.







아마도 앞으로도 내가 집안일을 하며 살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하다 보니, 아내에게는 실수 투성이고 부족함이 많겠지만, 집안일이 많이 익숙해서 이다.

어느새 내 음식이 아내와 딸아이 입맛에 맞게 되었고, 아내에게는 남편이 집에 있는 것이 당연하게 되었다.

그리고 딸에게도 엄마보다 아빠가 더 편해진 상태이다.


워킹파


워킹파라는 말은 없지만, 워킹맘처럼 내가 그런 모습으로 살아야 하지 않을까?


내가 전처럼 사람들과 교류하며 사회생활을 제대로 하려면 아마도 내 딸아이가 혼자서 많은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나이가 되서나 가능할 것이다. 그렇게 되려면 적어도 중학생이 되면 가능하려나?


어떤 사람이 나에게 초등학교 1학년이면 해방이라고 말했던 사람이 있었는데,,,, 지금 심정으로는 솔직히 그 사람의 입을 찢어버리고 싶다.  나중에 알아보니 맞벌이하던 그들에게는 할머니라는 히든 카드가 있었다.


누군가 집에 있다면 모를까.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면 아예 불가능한 일이다. 그것이 지금의 현실인 것이다.

돌봄? 그 또한 맞벌이를 하는 사람 중에 한 사람은 그나마 시간적 여유가 있어야 하는 경우에나 가능하다.

부부 둘 다 밤늦게까지 일을 해야 하는 직업을 가진다면 돌봄은 유명무실한 시스템이다.


그저 워킹파가 되는 것이 내 인생의 마지막 선택이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그 선택이 내 인생에서 당연한 순리겠지만, 그 선택에 앞서 내 자신 스스로가 조금은 측은하다.

그저 팔자라려니 생각을 하는 게 그나마 나를 위로하는 것일까?


어쩌면 이미 워킹파가 되려고 탈바꿈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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