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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삼 Jan 25. 2021

불만과 불평의 불씨

불만과 불평,,, 살면서 한 번이라도 느껴보지 못한 사람이 있을까? 

그래도 대인관계의 평안함을 위해서 때론 불만과 불평을 삼가며 살아가는 게 우리가 사는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때론 그 불만과 불평이 불씨가 되어 정작 다른 사람에 옮겨 붙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든다면.. 


시댁에서 얻은 불만과 불평이 남편이나 아이에게로... 

처가댁에서 얻은 불만과 불평이 아내나 아이에게로... 

회사 상사로부터 얻은 불만과 불평이 자신보다 아래인 부사수에게로... 

회사에서 얻은 스트레스로 발현된 불만과 불평이 가족에게로... 때론 다른 사람에게로... 


이런 현상은 매우 일상적이다. 


왜 그럴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지만, 모든 이유를 다 안을 수 있는 이유는 단 하나다. 

불만과 불평을 해도 되는 상대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불만과 불평을 해도 크게 사건 사고가 되지 않고 그냥 유야무야 넘길 그런 사람들... 

하지만 불만과 불평을 받는 사람들도 인간이기에 기분 나쁨은 지위나 나이를 막론하고 같은 법이다. 

무엇보다 죄 없이 불만과 불평을 접한 사람들은 오히려 상대의 불만과 불편의 원인이 자신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미 본능적으로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더 서운하고 되레 또 다른 불만과 불평을 가지게 되어 제2의 문제로 발전하게 된다. 제2의 문제는 바로 원인을 따로 두고 불만과 불평을 준 당사자에게로 이어진다. 그래서 가정의 경우, 부부관계나 가족관계에 신뢰보다는 불신이 싹트이게 되고, 회사와 같은 조직의 경우, 향후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신뢰하지 않게 된다. 


살면서 불만과 불평을 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왜냐면 답답하고 미쳐버릴 것 같은 심정을 그대로 담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속으로 삼키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불만과 불평으로 인한 잔상이 남아있기 때문에 당장은 아니어도 늘 경계심을 두어 살게 된다. 그리고 심할 경우, 대갚음의 마음도 함께... 


갑작스러운 불만과 불평의 불씨를 스스로 감내하기란 그 어떠한 일보다 어려운 일일 수 있다. 개인적 입장이나 성정에 따라 그 차이는 분명 존재하겠지만, 상대로부터의 비난과 멸시는 자신에게 있어서 자존감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 어떠한 일보다도 민감하고 해결하기 쉽지 않은 면이 있다. 

게다가 상대가 진심 어린 사과를 했음에도 당시의 충격을 평생 가져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개인적인 경험을 비춰보자면 나 또한 이처럼 평생 가져가는 충격을 가지고 있다. 

아직도 가장 기억에 남는 비난이 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나 또한 당시의 나 같은 사람이 있었더라면 그리 말했을지도 모른다. 


처음 대학원에 다닐 때 가장 섭섭했었던 말이 바로 "초등학교는 제대로 나왔니?"였다. 

막상 글을 쓰다 보니 내 글이 논리성이 없었으며, 무엇보다 사용하는 글이 문법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게까지는 엉망은 아니었지만, 논문을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해서는 안될 문법을 사용할 때가 있었다. 그 말인즉은 학교 다닐 때 제대로 글을 많이 읽지 않았고, 국어 문법과 글쓰기 공부를 하지 않았다는 말과 같다.

그 당시 내 실력은 형편없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초등학교는 제대로 나왔니?"라는 모 교수님의 말에 너무나 크게 주눅 들어 살았던 시기였다. 

그런데 실소가 나오는 것은 이제 내가 그런 말을 머릿속에서나마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월이 흘러 박사학위를 받고, 나 또한 연구 교수가 되어 여러 차례 논문을 쓰고, 수차례 논문 심사를 하다 보니 나 또한 그런 것이 가장 많이 눈에 들어왔었다. 

어쩌면 자격지심일 수 있다. 물론 좋은 쪽으로 보자면, 나 스스로 매일 같이 글을 쓸 때 매우 신경을 쓰고 있다는 뜻도 된다. 하지만 입 밖으로 내놓지는 않는다. 이유는 상대의 기분을 가장 잘 이해하니까. 

당시에 교수님들이 논문 심사를 하면서 그런 이야기를 농담처럼 사용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던 게 사실이다. 내 입장에서는 이게 무슨 대수일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객관적이고 공적인 글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가능한 한 실수를 해 서는 안 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 볼 때 매우 큰 잘못에 해당된다고 이제는 이해한다. 예를 들어, 문법에 맞지 않는 계약서나 법조문이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인정할리가 없다는 사실을 이해한다면 한국 사람이 한국어를 더 신경 써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이다. 


이처럼 평생을 안고 가는 경우가 바로 불만과 불평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살면서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혹시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나의 말과 글이 상대에게 불만과 불평의 불씨가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을 말이다. 이는 어쩌면 또 다른 겸손 일지 모른다. 그리고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겸손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도 서려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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