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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삼 Aug 19. 2019

가족 식사

모처럼 가족들이 모여 식사를 함께 했다.

여기서 말하는 가족은 우리 가족뿐만 아니라 처가 식구들을 뜻한다. 

한 달에 한 번씩은 장인어른과 장모님께서 우리 집을 방문하는데 이때는 늘 대청소 시간이다. 

두 분이 우리 사는 모습을 가타부타 언급은 하지 않으시지만 그래도 집안 살림을 맡고 있는 나는 늘 이때면 신경을 써서 집을 청소하고, 두 분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아버님은 부드러운 커피, 어머님은 커피보다는 집에서 직접 만든 차(장모님께서 평상시에 만들어 주시는 차), 그리고 정갈한 과일을 준비한다. 오실 때마다 과일을 따로 사 오시기 때문에 가져오신 과일을 내어 드린다. 

두 분이 오신다고 하면 하루 전부터 냉장고 청소에서 부엌 청소, 화장실 청소, 거실 청소, 아이 방 청소까지 대청소를 한다. 특히 어머님은 집에 오시면 딸아이 방에 있는 침대에 누워 계신다. 거기가 편하신 모양이다. 

오늘은 처남까지 동행한다고 한다. 미리 전화해 보길 잘한 듯... 

처남은 우리가 이사 오고 난 후 처음 방문한다. 방문객이 한 명 더 느니 평상시보다 곱절의 신경을 썼던 것 같다. 


아침부터 딸아이 유치원에 보내고 돌아와서 바로 아침 먹었던 흔적들을 없애고 모든 냄비와 접시는 가능한 한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둔다. 그리고 냉장고 문을 열어서 지저분한 것은 없는지 한 번 더 체크하고, 화장실에 묻은 물때에서 용변기에 묻은 것들까지 꼼꼼히.... 아주 꼼꼼히.... 

문제는 딸아이 놀이방과 딸이 주로 활동하는 거실이다. 가끔은 딸아이 자신이 사용한 휴지라든지 쓰레기를 어디에 잘 숨겨 놓기 시작해서 그것들을 찾아서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으로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식탁 정리이다. 평상시 식탁 위에 많은 약통들을 두고 사용하는 데 혹여 그것들을 보고 맘에 들어하지 않으실까 싶어서 두 분이 오시는 날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곳으로 이동시켰다가 다시 내놓는다. 

마지막으로 집안 전체에 퍼져 있는 냄새를 없애기 위해서 방향제를 뿌린다. 

화장실은 강한 향을 뿌리고 잠시 후 환풍기로 순환시키고, 

침실은 최대한 은은한 향을, 부엌은 방향보다는 환기를 시켜서 평상시 뭘 해 먹는지를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냄새를 남겨 둔다. 그리고 거실은 두 분이 오시기 1시간 전에 다른 곳과 다른 방향을 하고 환기를 시켜 둔다. 


오늘은 처남도 함께 온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처남과 친밀하게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아니라서 늘 조심스럽다. 나랑은 나이가 10년 차이인데 서로 반말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처남은 자신을 낮추지 않는 그런 나의 말투를 매우 좋아한다.

암묵적으로 그렇게 했으면 하는 바람을 느꼈기 때문에 결혼 초부터 지금까지 줄 곳 그렇게 지내오고 있다. 

처음에는 그런 면이 좋지 않았는데 요즘은 편하다. 이제는 남들이 처남과 서슴없이 잘 지내는 모습에 대해 나는 신기할 따름이다. 어쨌든 나에게  있어서 정말 불편한 처남이 오긴 하지만 그래도  장인어른과 장모님만 별 지적이 없으면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을 것 같다. 


시간이 되어 드디어 처가 식구가 우리 집을 찾았다.

마침 밖이 태풍으로 매우 습해서 집에 들어오니 오히려 쾌적해서 일단 세이프. 

예상대로 어머님은 딸아이 방 침대에 누우신다. 오시는 동안 차 안 에어컨이 강했던 모양이다. 

아버님은 이리저리 돌아다니시다가 다시 차에 가 보셔야 한다면서 나가시고 처남은 거실 바닥에 앉았다. 


먼저 어머님께 괜찮으신지 여쭈고, 

아버님께서는 잠시 나가셨으니.. OK,

처남과는 일상적인 대화로 시작했다. 


분위기 전환을 위해서 커피 냄새가 필요할 것 같아서 아침에도 먹었지만 처음 마시는 것처럼 커피를 새로 내린다. 나름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딸아이 피아노 학원 등원과 하원을 하러 왔다 갔다 했다. 드디어 하원 하는 딸아이가 집에 들어오자 모든 사람의 관심이 7살  딸아이에게로 넘어갔다. 

이제 세이프...완전 세이프... 바통 터치... 이럴 때 딸아이가 효녀로세.. ㅋㅋㅋㅋㅋㅋ


시간이 되어 아내가 일하는 곳 근처로 이동하여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다. 

총 6명이 큰 테이블에 모두 앉으니 꽉 찬 느낌이 든다. 마치 회의 이후에 회식하는 것 같은 분위기다. 실직 이후로 처음 가져보는 회식처럼 느껴졌다. 


두 분은 만족스러워 보였고, 처남도 나름 음식이 입에 맞았던지 흡족해하는 것 같았다. 더군다나 딸아이도 열심히 먹으니 대부분의 관심이 딸에게로 집중된다.

아까도 효녀더니 여기서도 역시 효녀로세.... ㅋㅋㅋㅋㅋ


이제 다시 집으로 가서 차 한 잔을 하려 하는데 태풍으로 많은 비가 내리니 바로 댁으로 가시겠다고 하셨다. 덕분에 마지막은 부담 없이 가볍게 넘긴 셈이다. 


사실 나는 처가 식구들이 오던 누가 오든 간에 손님이 오면 좋아한다.

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서 좋고 대화 속에 물어보고 싶었던 것들을 해결할 수 있어서 좋고 어머님과 아버님의 근황을 물어보는 것도 좋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오신다면 늘 신경이 쓰인다. 어쩔 수 없는 일일까?  

며느리에게 시월드라고 하듯이 내가 가정주부를 하니 나에게는 처월드인 건가? 

어쩌면 우리는 잘 살고 있으니 너무 걱정 말라는 사인을 보내는 데 신경을 쓰는 것일까? 


이유야 어쨌든 무사히 손님을 잘 치르면 중요한 숙제를 잘 해결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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