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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삼 Jan 05. 2022

캔버스 앞치마가 나에게 주는 효용

한지 캔버스 앞치마가 나를 기분 좋게 만드는 가치

효용이라는 말은 사람이 살면서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 생각한다. 

효용의 가치가 없다면 굳이 선택할 필요가 없거니와 효용을 따지지 않는다면 나에게 남는 것은 효용의 가치가 없는 것들로 둘러 쌓여서 결국엔 내 짐이 되기 때문이다. 

효용의 가치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어쩌면 또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 


내가 내 삶을 영위함에 있어서 늘 선택이라는 것을 하게 되고, 그 선택 속에서 효용의 가치를 따진다. 

효용의 가치를 따지지 않고 사는 사람이 있을까? 아마도 찾아보기 쉽지 않을 것이다. 


효용이라는 것을 언급하면 대부분 거창한 것에 대해 개인이 느끼는 특별한 가치 정도로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실생활에서 늘 우리는 효용의 가치를 따지며 살아간다. 


딱 한 잔만 더하면 좋을 것 같은데, 

짜장면보다 짬뽕이 더 땡기는데, 

화려한 넥타이보다 검은색 넥타이가 더 나은 것 같은데, 

드라마보다 액션 영화를 보고 싶은데,


이처럼 매 순간 생활 속에서 이루어지는 선택의 순간에 우리는 효용의 크기를 고려하여 최종 선택을 한다. 


코로나로 인해, 요즘 답답한 생활로 인해 지쳐 있던 상황 속에서 새로운 변화를 찾은 경험을 공유하고자 글을 쓰게 되었다. 최근에 새로 구입해서 잘 쓰고 있는 캔버스 앞치마가 나에게 주는 효용이 크고, 침체되어 있던 내 생활에 활력을 제공하였는데, 소소한 것에서 이런 행복을 찾아가는 나의 모습이 신기하기도 해서 생활 속 경험을 적어 본다. 






한지 캔버스 앞치마와의 만남

귀여운 아빠에서 멋진 아빠로의 변화


가정 주부 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가까워진 것이 있다면 살림 도구일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가 있다면 유니폼처럼 차려입는 앞치마다. 

솔직히 처음 가정 주부 일을 할 때 앞치마는 매우 거추장스러운 존재였다. 물론 오염 방지를 위해서 앞치마는 매우 좋은 도구임에 틀림없지만, 그래도 매번 앞치마를 두르고 일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던 나에게 앞치마는 그저 불편한 천일뿐이었다. 효용 가치가 전혀 없는 그런 존재. 특히나 집에 있는 앞치마는 너무나 여성스러워서 남자인 나로서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앞치마를 착용해서 음식을 준비하려면 딸아이가 금세 뛰어와서 아빠 너무 귀여워요. ㅋㅋㅋㅋ 하고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던지며 도망가곤 한다. 아마도 덩치가 큰 아빠가 아기자기한 앞치마를 두르고 있으니 아이 눈에는 그렇게 보였을 것이다. 

사실 앞치마는 여성이라는 의미를 늘 품고 있다. 
주로 여성들이 집안일을 많이 해 왔던 지난 시대를 고려하면 당연한 선입견인 셈이다. 게다가 주요 수요자가 여성들이다 보니 판매되는 앞치마는 주로 여성스럽거나 품이 작게 나온 경우가 많았다. 그나마 내가 잘 착용했던 앞치마는 소주 광고 문구가 적혀 있던 녹색 앞치마다. 아르바이트할 때도 착용했었고, 음식점 가서 식사할 때도 그런 앞치마를 착용했으니까. 


최근에 살림 솜씨가 조금씩 나아지면서 앞치마가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에 남성용 앞치마에 관심을 가지며 여러 제품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정말 다양한 제품군이 있었다. 가죽으로 만든 앞치마에서 종이로 만든 앞치마까지. 

그리고 최근에는 남성들이 착용해도 멋스러운 앞치마가 많이 나온 것을 보며 세상이 많이 변했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하긴 요즘은 가정 살림을 함에 있어서 남자 여자라는 성 구별이 많이 없어졌다. 오히려 남성들이 요리를 하면 요섹남이라는 별칭을 달 정도로 남성이 집안일에 개입하는 것이 매우 당연하게 생각하는 시대임에 틀림없다. 


그래도 필자는 아직까지 떨쳐버리지 못하는 관념 중에 하나가 바로 "나는 남자다"라는 것이다. 남녀가 하는 일을 구별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외향적으로 남녀가 구분되는 만큼 각자 성에 어울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관념이다. 남자가 여성처럼 치장하고 치마를 입고 다닌다는 생각은 쉽게 할 수 없는 것처럼...


솔직히 아내가 사용했던 알록달록 여성스러운 앞치마는 아직도 나에게는 익숙하지가 않다. 

이유야 어찌 됐건 남자인 나에게 잘 어울릴 법한 앞치마를 찾으려다 정말 많은 시간을 온라인 서칭에 투자하였다. 

여러 앞치마 중에 그나마 남자에게 잘 어울릴 법한 앞치마는 공방용 앞치마나 가죽 앞치마와 같이 다소 거친 느낌의 앞치마였다. 그런데 문제점은 그걸 입고 집안일을 하기에 조금은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가죽 앞치마의 경우 남성적인 멋을 지녔지만 다소 무거운 감이 있고, 동시에 집안일을 하기에는 다소 과하다는 또 다른 나만의 관념이 자리하고 있다. 

다음으로 남성에게 잘 어울리는 앞치마는 캔버스 앞치마였다. 튼튼하고 외향적으로 투박함이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마음에 드는 앞치마는 가격이 비싸거나 또는 해외직구로 이어진다. 해외직구야 기다리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10만 원, 20만 원 이상하는 캔버스 앞치마가 나에게 필요할까 하는 생각에 선뜻 선택하기 쉽지가 않았다. 

그렇다고 다소 저렴한 캔버스 앞치마로 눈을 돌리면 정말 다양하지만 저렴한 가격이 제품의 품질로 이어질 때 과연 내가 앞으로 질리지 않고 잘 착용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너무나 흔하면 금세 실증도 날 것 같았다. 게다가 캔버스 앞치마를 두른 모델을 보면 나 같이 덩치가 있는 남자에게 과연 잘 어울릴까 하는 생각도 들어서 선택을 못하였다. 상세페이지에 나오는 모델들의 체구를 보면 대략 170 전후에 몸무게 80킬로 이하인 모델들이 대부분인데 나의 경우, 185에 100킬로 가까운 몸을 가졌기 때문이다. 

내가 까다로운 면도 있지만 정말 제대로 나에게 어울리는 앞치마를 찾기란 쉽지가 않았다. 








출처: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p/CYAehmmhnJU/?utm_medium=copy_link


그렇게 앞치마를 포기하고 있던 차에 지난달 말에 새로운 앞치마가 등장했다. 앞치마 이름은 "한지 캔버스 앞치마"이다. 

한지?라는 생각에 특이하다 싶어서 내용을 살펴보았는데, 한지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앞치마 주머니를 한지비건레더인 저노피라는 원단으로 만들어서 그리 이름을 지은 것 같았다. 게다가 해당 제품은 작년 G20정상회의에서 선물용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아래 이미지는 한지 캔버스 앞치마를 판매하고 있는 스마트 스토어에서 캡처한 내용임]

출처: https://smartstore.naver.com/daejinsnt/products/6039418429


요약하자면 친환경 원단으로 만들어서 의미 있는 앞치마이며, 

국내 특허 기술로 가공하여 독성을 포함하지 않아 사람에게 안전한 앞치마라고 한다. 

게다가 빈티지 효과를 내기 위한 특허받은 기술 가공으로 파라핀이나 기름을 사용하지 않고 빈티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장점을 소개하고 있었다. 어떤 제품이든 각자의 장점은 당연히 소개되는 것이라 생각하면서 내용을 좀 더 살펴봤다. 


그런데 유독 눈에 들어오는 것은 앞치마를 두른 모델이었다. 

덩치가 나와 비슷해 보이는 체구를 가진 모델이 한지 캔버스 앞치마를 입고 있었고, 가격 또한 10만 원이 넘지 않아 유독 눈길이 갔다. 그리고 혹시나 유사한 제품이 없나 싶어서 좀 더 서칭을 하다가 결국에는 한진 캔버스 앞치마 하나를 구입하게 되었다. 


출처: 대진 마트 스마트 스토어


이틀 후, 기다리던 앞치마가 드디어 도착했다. 

포장은 의외였다. 깔끔하게 박스로 포장되었는데 흡사 대접받는 느낌이었다. 그냥 비닐에 넣어서 제공힐 줄 알았는데, 사진처럼 포장이 되어 있어서 받는 사람의 기분은 좋았다. 

한지 앞치마 포장과 착용한 모습


포장을 풀어서 착용해 보았는데 이를 지켜보던 딸아이가 아빠 멋져요라고 말을 해준다. 

그래서 내친김에 딸아이에게 이전에 쓰고 있던 앞치마가 좋아? 아니면 새로운 앞치마가 좋아?라고 물어보니 딸아이는 새로 산 앞치마가 마음에 든다고 했다. 


"아빠 멋져요"라는 말에 솔직히 기분이 좋았다.  
더 이상 귀여운 아빠가 아니라, 멋진 아빠로 탈바꿈한 것이다. 







나만의 유니폼이 되어 버린 한지 캔버스 앞치마 : 감성 살림


의외로 새로 구입한 한지 캔버스 앞치마가 나에게 주는 효용이 컸다. 

퇴근하고 돌아온 아내도 멋있다고 말해 주었다. 당연히 기분이 좋았고, 음식을 장만할 때, 일할 때 줄곧 앞치마를 입고 살아가고 있다. 일종의 유니폼처럼. 흡사 스타벅스 매장에서 일하는 바리스타 같은 느낌이랄까? 

나도 모르게 어느새 감성 살림을 하면서 소확행 하는 나 자신이 되어 있었다. 

다시 말해서 지루하고 똑같은 일이 아니라 늘 새롭게 멋스럽게 일을 하고 싶어 하기 시작했다. 


처음 앞치마를 착용했을 때 약간 짧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X 자형 고리라서 충분히 아래로 내릴 수 있어서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착용해 보니 오히려 짧은 앞치마가 더 편리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길면 가끔 걸리적거리기도 하고 무릎에 걸려 불편할 때가 있었지만 새로 구입한 한지 캔버스 앞치마는 허벅지 상단 부분까지 내려와서 크게 불편함이 없었다. 그리고 더욱더 편리한 것은 앞치마를 입고 외투 하나만 걸치고 나가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점이다.  오늘 아침에 아파트 경비원이 주차된 차를 옮겨달라고 급하게 요구할 때 바로 외투만 걸치고 나가도 낯설지 않아서 좋았다. 


정말 오래 고민하면서 고른 한지 캔버스 앞치마가 나에게 주는 효용의 가치가 큰 셈이다. 

덩치가 어느 정도 있는 남자에게 잘 어울리는 앞치마가 그리 많지 않은데 우선 그 점에 대한 효용가치가 크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입고 밖으로 돌아다녀도 크게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는 점에도 효용가치가 있다. 

무엇보다 캔버스 원단으로 만든 앞치마라서 빈티지스러운 거친 디자인이 남자에게 잘 어울린다는 효용가치가 나에게 매우 크다. 커피를 내릴 때, 고장 난 걸 고칠 때, 아이와 함께 활동할 때, 음식 준비할 때 등등,,, 

한지 캔버스 앞치마를 착용하고 일을 하면 흡사 전문가처럼 느껴지는 매우 개인적인 감성이 지배적이다. 그리고 그 감성이 나에게 좋게 작용하여 좀 더 즐겁게 일을 할 수 있어서 만족스럽다. 


이 밖에 친환경 원단이라는 점과 무독성 원단이라는 점도 큰 의미가 있지만,

솔직히 눈으로 인식하기에 한계가 있어서 크게 효용의 가치로 두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대신 눈으로 보이는 가치는 이미 나에게 매우 큰 만족으로 남았다. 





다음번에 우리 딸 거 사줄게


가정생활은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단조로울 수도 있고, 복잡할 수도 있으며, 어렵거나 행복할 수가 있다. 때론 오늘 이야기처럼 앞치마 하나로도 내 삶이 윤택해질 수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앞치마를 착용하고 일을 하면서 생활 속 소확행을 맛보고 있는 중이다. 이 또한 어느 순간 실증으로 변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나의 마인드를 변화시킨 뜻밖의 앞치마다. 그리고 한지 캔버스 앞치마의 빈티지스러움이 남자에게도 잘 어울려서 크게 거부감 없이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개인적 판단 기준이 틀려서 함부로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지 캔버스 앞치마가 나에게 준 효용을  따져볼 때, 처음에 구입할 때 가격에 대한 부담은 더 이상 부담이 아니라 적절한 가격이며 오히려 저렴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번에 카키색 앞치마였으니, 다음번에는 버건디 색상의 한지 캔버스 앞치마를 구입해서 딸아이에게 선물로 줄 생각이다. 실은 딸아이가 아빠의 새로운 앞치마를 많이 많이 탐내고 있다. 

사실 딸아이에게도 입혀 봤는데, 어린아이에게는 롱 앞치마로 연출이 가능했고, 아이에게도 정말 잘 어울렸는데, 자신의 모습을 본 딸아이는 한지 캔버스 앞치마를 착용한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던지 아빠의 앞치마를 자주 입곤 한다. 


이번 달에 아빠 용돈으로 앞치마를 사서 돈이 없으니

다음번에 아빠가 용돈이 생기면 바로 네 것을 사줄게라며 딸아이에게 약속을 했다. 딸아이에게는 버건디 색상의 한지 캔버스 앞치마를 사줄 요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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