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삼 Feb 08. 2022

담임선생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다.

작년 한 해 딸아이에게 많은 사건이 있었다. 

아이가 가해자가 된 적도 있었고, 피해자가 된 적도 있다. 그러나 주로 가해자로 인식이 될 정도로 딸아이의 학교 생활은 많이 힘들었다.


올해 10살이 된 딸아이가 작년 한 해 동안 흡사 오징어 게임과 같이 살아온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에 긁적여 본다. 여기서 오징어 게임이라 말한 이유는 이유도 모르고 늘 실험대에 올라간 느낌을 받은 딸아이의 학교 생활 때문이다. 너무 과한 표현이지만,,, 적당히 생각나는 단어가 없다. 







딸아이는 또래 아이보다 키가 큰 편이다. 그리고 외향적인 성격으로 발표도 남다르게 잘하는 편이고, 하고 잡이 성격이 강해서 또래 동급생보다 늘 눈에 띄는 아이이다. 

10살이 되기까지 세 편의 동화책을 만들었고, 최근에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직접 기획서를 만들어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찍기까지 했다. 그러기까지 집에서 다양한 활동을 한 것도 있지만 아이 스스로가 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가장 컸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특히, 아이 스스로가 뭔가를 이해하려 할 때 개연성과 논리성을 찾아가는 모습이 매우 대견할 정도다. 하루는 나눗셈을 알려주려는데 딸아이 혼자서 나눗셈이 곱하기를 역으로 해서 푸는 것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터득하는 것을 보고 적잖이 놀라기도 했다. 

내 딸아이는 흔히 말하는 영재는 아니다. 좀 더 다른 아이들보다 더 많은 것을 하고 싶어 하고, 남들만큼 또는 남들보다 좀 더 잘하고 싶어 하는 욕심을 가진 아이이다. 


그런데 그런 딸아이가 작년 한 해는 매우 힘든 경험을 했다.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고, 참을 수 있다고, 견딜 수 있다고, 1년 내내 어르고 달래고를 반복했었다. 딸아이는 2학년 내도록 힘들어했고, 학교에 가기 싫다는 말을 할 정도였다. 동급생과의 트러블보다 힘들어했던 이유는 바로 담임선생 때문이다.


가장 많이 힘들어했던 것은 담임선생님의 일관성 없는 훈육 방법에서 비롯되었다. 


검은색 옷은 악마들이 입는 거야.

농담처럼 말을 했을지 모르지만, 검은색을 좋아하고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은 악마라고 말해놓고 담임선생은 그날 옷을 검은 정장을 입었다고 한다. 학기 초  딸아이는 그 말의 의미와 담임선생의 옷차림을 가지고 한동안 매우 심각하게 고민을 했었다. 이외에도 일관성 없는 말로 아이를 훈육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말과 행동이 다른 담임

어떤 학생이 괴롭히면 선생님에게 직접 말을 하라고 했지만, 막상 딸아이가 피해를 보고 나서 선생님에게 말을 하면서 오히려 딸아이가 혼나기도 했다. 딸아이 입장에서는 시켜서 한 일인데 그것으로 오히려 자신이 꾸중을 듣게 되니 자신의 개연성과 논리성에 위배되는 모습에 매우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런 경우는 매우 많은 편이었다. 


보이지 않는 한 권의 책 때문에 힘들었던 4개월

그리고 독서 기록장에 50개 목록을 다 기록했음에도 하나가 부족하다고 계속 책을 찾아서 읽으라고 했던 적도 있다. 집에서 아빠가 확인할 때는 분명 50권인데 계속해서 하나가 부족하다는 말을 했었다. 그러다 어제서야 담임선생이 잘못 봤다면서 딸아이가 50권을 모두 읽었다고 말해 줬다고 한다. 

사실 이 문제로 거의 한 학기 동안 딸아이를 달랬었다. 


" 분명히 다 읽었는데 선생님이 잘 못 보신 걸 거야. " 

" 신경 쓰지 마, 별 것 아니야.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렴. " 

" 독서 상장받지 않아도 돼 " 

" 아빠가 열심히 한 거 아니까 신경 쓰지 마 " 


그동안 계속해서 한 권이 부족하다며 딸아이가 잘못한 것처럼 날카롭게 언사를 했을 담임선생 때문에 마음이 많이 상했을 딸아이가 매우 안타까웠다. 그렇다고 부모가 학교에 가서 담임선생을 만나서 아이의 잘잘못을 면밀하게 따져가며 시시비비를 가릴 수 도 없는 노릇이었다. 특히나 코로나로 인해서 대면 면담을 피하는 학교 정책에 따라 담임선생과의 대화는 그저 전화통화로만 가능했고, 그것도 면담일을 정해서 전화통화를 해야만 했다. 평상시에 전화를 해도 된다고는 했지만, 혹시나 부모가 담임선생에게 시시비비를 가리는 행동을 했다가 되레 딸아이가 더 힘들어질까 하는 생각에 전화도 쉽게 할 수 없었던 게 사실이다. 


이외에도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좋게 표현하자면 언젠가 겪어야 할 일들을 10살 나이에 겪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10살 때 겪었기 때문에 더 잘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벌써 딸아이는 해야 할 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미리 점치고 행동하기 때문이다. 점치고 행동하는 것은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이고 난 뒤에 해도 늦지 않은 일이다. 너무 일찍 세상을 알아버리면 그만큼 호기심이나 흥미가 떨어지게 마련이다. 

부디 바람이 있다면 아이에게 주어진 모든 가능성에 대해 적어도 방해가 되는 언사만이라도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부모가 아이의 거울이라면 담임선생은 아이들의 선구자이다. 

그리고 고학력자인 선생이라는 자리에 있는 만큼 적어도 개연성 있고 논리적인 사고가 바탕된 교육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일반적으로 잘하는 아이는 칭찬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잘하는 내 딸아이는 칭찬보다는 꾸중과 핀잔을 1년 동안 들었다. 

남들보다 덩치가 크고 똑똑하다고 해서 10살짜리 아이가 13살 14살이 되는 것은 아니다. 

마음속은 여전히 10살짜리 아이일 뿐이다. 


오히려 제대로 칭찬해주었다면, 

더 재밌게 학교 생활을 했을 텐데... 1년 동안 학교가 재밌기보다 지옥이라는 딸아이를 보며 그저 안쓰러울 뿐이다. 지금 얼마 남지 않은 2월이 더 더디게 느껴질 정도다. 


혹시 아빠인 내가 직접 찾아가서 선물이라도 했어야 했나?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내가 국민학교 다닐 때는 부모가 당연히 담임선생을 찾아가서 그리해야 했기 때문이다. 

딸아이의 담임선생의 나이를 고려할 때 국민학교 시절을 지내왔던 세대라는 생각에 하지 말아야 할 생각까지 들게 된다. 



최근에 딸아이가 누리교육을 신청하여 비대면 수업을 실시한 바가 있다. 

학교에서 누릴 수 없었던 배움의 기쁨을 비대면 수업을 통해서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어쩌면 지식을 학교보다 비대면수업으로,,,, 인성을 학교보다 가정에서,,,, 찾는 것이 바람직한 시대가 아닐까 싶다. 필요한 사람에게 한 해서... 

































매거진의 이전글 인생의 알고리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