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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삼 Mar 30. 2022

일하는 아빠와 주부 아빠의 차이점

남성 주부 생활이 어떠냐에 대해 앞에서 글을 썼다. 

https://brunch.co.kr/@kongsam/464

사실 글이라는 것이 남이 내 글을 보기 때문에 너무나 부정적인 내용이나 거친 어휘를 사용한다는 것은 글을 쓰는 사람에게 있어서 매우 조심스럽다. 그러나 혹여 남에게 보이기 위한 글에 쓰여진 나의 미사어구로 인해 오해나 상상을 일으킬까하는 염려로 '심적 거세, 낙인, 거만'과 같이 조금은 과한 단어를 선택하여 글을 썼다.

나의 경험을 솔직한 마음으로 쓴 글인 만큼 글을 쓰는 동안 부끄럽기까지 했다. 그래도 제대로 알았으면 하는 마음에 글을 썼다. 그리고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글을 써 나가는 내 모습을 보니 이제는 많이 주부가 된 나 자신을 발견한 것 같아 새롭기까지 하다.

그리고 개인적인 차에 따라 얼마든지 상황에 대한 이해는 다를 수 있음을 더하고자 한다. 


이번에는 남성 주부가 되어 살아가면서 전에는 가져보지 못한 마음가짐을 이야기해 볼 생각이다. 


집안 사정이 변해서, 퇴사하여 할 일이 없어서, 정말 집안 일이 적성이 맞아서..... 가정 주부를 시작하는 데 있어서 그 이유는 참으로 다양하다. 


나는 어땠을까? 

일이 적성에 맞지 않았다는 말을 제외하고 집안 형편 때문에 그리고 퇴사를 해야 했던 입장이어서 어쩔 수 없이 가정주부 생활을 미리 준비 했던 것 같다. 어차피 정해진 기간동안 일을 할 수 있었고, 조직 분위기 상 내가 끝까지 살아남을 수 없는 구조였으며, 다른 곳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당시 내가 했던 전공 문제와 너무나 가벼웠던 인적 네트워크로 인해 다음 직장에 대한 확신이 사실상 매우 희박했다. 게다가 신기하게도 계약기간을 앞두고 약 1년 동안은 내가 찾고자 하는 일자리가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다소 억지스럽지만, 마치 가정 주부로 살라고 정해진 수순을 밟았던 것 같다. (이렇게 쓰니 정말 구차한 변명 같기도 하다.) 


나는 당시 부산대학교에서 모학과의 연구교수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내 전공은 인지과학이었지만, 정작 몸 담고 있던 학과는 다른 학과였다. 인지과학과 경영학 분야를 접목하여 연구를 하였기 때문에 그나마 약 4년 간 연구교수를 할 수 있었다. 나름 실적은 매우 좋았지만, 전공이 일치하지 않아 계속해서 같은 일을 할 수 없었다. 

다행히도 내가 일을 그만 두기 전에 아내가 모연구원에 연구위원으로 취직이 되어 그 계기로 남성주부의 길을 선택했던 것도 사실이다. 마음 속 한 켠에는 다시 일을 할 수 있겠지라는 생각을 늘 가지면서 말이다. 처음 1년 동안은 재취업을 위해서 정말 많은 이력서를 제출했었다. 컴퓨터 남은 흔적을 따라 살펴보니 1년 동안 이력서를 넣은 곳이 무려 37곳이나 되었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고 내 생각은 매우 달라지기 시작했고, 일(job)에 대한 조바심과 거만함만 커져가고 있었다. 그렇게 뜻대로 되지 않는 모습에 스스로를 원망하기도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힘들어 할 때마다 아내의 응원이 가장 큰 힘이 되었다. 


나는 가정 주부로 살기 전부터 집안일을 많이 도왔던 편이다. 

처가살이를 했었고, 아이가 생기면서 원룸을 얻어 분가하면서 모든 식사는 내가 준비했었다. 새벽에 일어나 아침을 준비하고, 퇴근해서 바로 저녁을 준비했었고, 빨래나 집안 청소는 아내와 함께 했었다. 그러고보니 약 9년 넘게 식사를 준비하였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부인이 말한 것처럼 10년 동안 당선인이 음식을 만들었다고 하던데... 그러고 보니 그가 나보다는 경력이 한 해 정도 앞서는 셈이다.







가정 주부가 되기 전과 가정 주부가 되고 나서의 차이점이 생활 전반에 걸친 나름의 큰 변화이다.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인 만큼 보편적인 내용일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삶의 변화에서 느껴지는 그 어떠한 차이를 말하고 싶다. 

전과 다른 삶의 차이는 나로 부터 시작되고, 남의 편견으로부터 커지고, 다시 그 편견에 대한 저항으로인해 갈등으로 발전되기도 한다. 문제는 그 갈등을 그대로 두느냐, 아니면 달리하느냐에 따라 삶의 선택에 대한 결과가 달라지는데, 이번 글은 보편적인 글은 아니지만, 근본적인 내적 갈등에 대한 이야기 정도로 이해했으면 좋겠다. 



입장에 따른 차이점

돈을 버는 가장으로서 가정의 일을 돕는 것과 가정주부가 되어 가정 일을 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어느 글에서도 말한 바 있는데, 가장 큰 차이점은 가정 일에 대한 평가가 달라진다. 

바깥 일을 하면서 일을 돕는 것은 매우 칭찬 받는 일이며 모범적인 일로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된다. 심지어 매스미디어에서 모범 남편에 대한 이슈가 집중되는 것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가정적인 남편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있으리라 짐작해 본다. 

반면, 전업주부로 (가정주부로) 가정일을 하게 되면 칭찬 받았던 것은 당연히 해야하는 일이 되고 모범적인 일또한 당연히 해야 하는 일로 변한다. 게다가 남자가 주부 생활을 하게 되면 부정적 시선을 가진 사람들로부터 부족한 사람, 못난 사람으로 치부된다. 겉으로는 표현을 삼가하지만, 대화를 하다보면 상대가 주부인 나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그대로 느낄 수가 있다. 


실제 나도 가정주부로 살면서 그런 시선과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가장 친했던 대학 선배는 나의 삶을 말로는  존중하고 이해한다지만 세상에서 가장 한심한 남자로 보고 있다. 웃으며 농담삼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할 때마다 비꼬는 말을 참으로 많이 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한심해 보이는 나를 통해서 자신의 모습을 속으로 칭찬하며 스스로를 안도하며 살아간다. 

어찌보면 내가 주부가 되어 다른 이에게 이상하게도 도움이 되는 셈이다. 기분은 썩 좋지는 않지만.... 


이렇듯 남자가 가정주부를 하게 되면 가장 먼저 부딪히는 걸림돌은 이런 편견들이다. 

어쩌면 그런 모든 편견을 한 몸에 다 받아가며 나 스스로가 익숙해지고, 다른 사람들이 인정아닌 인정을 할 때가 되면 그제서야 주부가 아닐까 싶다. 


시장에 가서 가격을 따지고,

가격을 흥정하고, 

물건들을 꼼꼼하게 보고, 

아이에게 잔소리가 많아지고, 

전에는 몰랐던 가정과 관련된 일을 크게 생각하고, 

내 자신보다 우리 집 가장인 아내와 딸아이의 

건강과 감정을 먼저 신경쓰고, 

아내와 딸에게는 좋은 것을 주고 싶고,

나에게는 적당히 해도 충분하고, 


그렇게 행동과 마음이 변해가면 그제서야 나의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그렇게 가정주부가 되어 간다. 

그렇게 익숙해지면 남자도 가정주부로서 살아간다. 



분명히 그 누구든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되면 그 누구든 이전과 이후의 입장차이는 생겨나는 법이다. 

그런데 다른 무엇보다 남자가 가정주부가 되면 느끼게 되는 입장차가 큰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나를 포함하여 내 주위 사람들 모두가 남여라는 구별 속에서 세상을 살아왔고, 이미 익숙해진 그런 세상에서 가정주부라는 영역은 아직도 남여 구분이 존재하기 때문이라 본다. 


예전에 남자가 미용실에서 일을 하면 남자가 여자일을 한다는 시선이 매우 강했었다. 그러다 유명한 헤어디자이너의 출현으로 직업에 대한 가치가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남여 구분이 없어졌다. 어쩌면 가정주부라는 직업의 가치가 낮은 이유는 사람들이 인식에 있어서 가시적 가치가 낮기 때문일 것이다. 


공기가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공기에 값을 매긴다면 

모두가 미친짓이라고 말하듯이... 


가정주부 영역은 어쩌면 공유재와 같은 존재가 아닐까 싶다. 가정에서 중요하지만, 당연히 존재해야 할 그런 존재인 정도.... 




만일 남자로서 가정주부가 힘들고, 존재의 의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해결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 해결책은 바로 우리 곁에서 흔히 찾을 수 있다. 

바로 워킹맘 이다. 즉, 워킹파가 되면 사정은 달라진다. 


(워킹파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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