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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삼 Apr 21. 2023

보직수당은 또 다른 지출 창구다?

조직에서 보직을 맡게 되면 그 보직에 대한 수고하는 몫으로 수당을 받게 된다. 

이름하여 보직수당. 


흔히 보직수당은 보직을 맡게 되었고, 남들보다 관리나 운영 측면에서 더 많은 일을 하기 때문에 그만큼 노고의 값으로 익히 알고 있었다. 그리고 보직수당을 받으면 그것으로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사던가, 또는 저축을 하던가, 그것도 아니면 모처럼 가족 외식 비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최근에 보직수당의 용도가 또 다른 것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보직수당은 조직에서 공식적으로 처리할 수 없는 비용을 처리할 때 보직수당에서 지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그 말이 맞다면, 보직수당은 또 다른 지출 창구인 셈이 된다. 

공식적으로 지출할 수 없는 품목을 대신해서 지출할 때 보직수당을 받기 때문에 보직을 맡은 사람이 지출해야 한다는 소리인데 지금까지 이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어서 상당히 내 마음속에 거슬림이 가득가득하다. 



상황은 이랬다고 한다. 

행사를 마치고, 저녁식사 자리를 가졌고, 그 와중에 술을 마시게 되어 참가자 중 한 명이 자가용을 가져왔기 때문에 집까지 보내기 위해서 대리운전을 불러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그때 조직의 수장이 보직을 맡은 자에게  운전 대리비를 대신 내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유는 보직수당을 받았으니 보직수당에서 대리비를 지출해야 한다면서... 


사실 대리비 5만 원 정도야 그냥 개인 사비로 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보직수당을 거론하는 부분에서 매우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윗사람의 논리대로라면 보직수당은 또 다른 지출 창구가 된다. 흔히 대학원에서 장학금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일정 수고비를 주고 난 뒤, 랩실 공동 비용이라며 다시 돈을 거둬들이는 모습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2000년대 초반 대학원 생활할 때 이런 일이 상당히 흔했다. 심지어 지금도 일부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나눠줬던 장학금의 일부를 되받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고, 이전의 행위가 모두 불법으로 인식되고 있는 현시점에도 여전히 오래된 관념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 더러 존재하는 것 같다. 


이들의 마음은 과연 어떤 마음일까? 


조직 내 돈과 관련하여 조직을 운영하는 최고 자리의 리더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인 것 같다.

1) 조직의 돈은 조직을 위한 돈이라 생각하는 리더

2) 조직의 돈은 모두 내 돈이라 생각하는 리더


상식적이라면 기업인이 아니고서야 보통은 1) 유형의 리더들이 대부분이다. 임기동안 열심히 일해서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는 리더들이 가진 돈에 대한 마음가짐일 것이다. 

그런데 2) 유형의 리더들은 무척이나 돈에 대해 아까워한다. 그리고 특히 공짜 점심에 익숙한 리더들이다. 


보직수당은 순수하게 열심히 일을 한 보직자에게 주는 수당이다. 즉, 일해서 흘린  땀에 대한 보상이다. 

그런데 일하고 난 뒤 수고비로 준 수당의 일부를 윗사람이 마음대로 사용하려 한다는 것은 마치 시장통에 건들거리며 자릿세를 걷는 사람과 별반 다를 게 없다고 본다. 


그리고 그런 대리비 같은 돈은 아랫사람의 돈으로 처리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직접해야 하는 게 적절하다고 본다. 연봉을 가장 많이 받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더 그리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리더로서의 포용적 마음을 다른 이에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식 지출 외 경비가 드는 일이라면 아예 처음부터 하지 않는 게 더 현명하지 않을까? 하긴 세상일이 계획대로 돌아갈 수 없는 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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