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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삼 Aug 27. 2019

무섭게도 닮아간다.

아침부터 딸아이는  말 따라하기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빠 좀 있다가 깨워주세요. 아셨죠?"


어디서 많이 듣던 맨트다.

아내가 아침에 피곤할 때 몇 분이라도 더 자고 싶은 마음에 나에게 하는 말인데 그걸 그대로 적용해서 사용한다

요즘 들어 내 딸은 마치 언어용 패치를 어딘가 붙이고 다니는 것 같다.

분명 7살짜리 딸아이가 나에게 한 말인데 매우 집중적으로 경청케 한다.

말 한마디 한마디를 따져보면 내가 하는 말투, 아내가 하는 말투를 그대로 닮았다.


딸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괜찮아요. 어떻게 되겠죠"

"어디 한번 봐요, 잘하시는지"

"아빠 최고네. 죽여요".

"아빠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풀때기가 좋아요"

"아빠 이씨가 아니에요, 우리는 임씨예요"



원래의 아빠의 말은 이렇다.

"괘안아, 어케 되겠지"

"어디 한번 보자. 잘하는지"

"와 우리 딸 최고네, 직이네"

"너는 어떻게 생각해?"

"딸 미안, 오늘 반찬은 풀때기 밖에 없어"

"딸 이씨라니, 우린 임씨야"



아내의 말투는 더 화려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는 아내의 위신을 생각해서 여기까지...


풀때기라는 말은 내 모친이 자주 쓰는 말이었다.

"오늘은 풀때기뿐이다. 맛있게 먹어라" 밥상에 쌈거리와 김치만 있을 때 사용하셨는데 고기반찬이 없어서 미안한 마음에 풀때기라는 단어를 쓰셨다. 그리고 그것을 아들인 내가 받아서 쓰고 있다. 나름 정감이 있어서 사용은 했는데 딸아이 입에서 풀때기라는 단어가 나오니 적잖이 당혹스러웠다.

정말이지 어떤 단어를 쓰느냐, 사투리를 쓰느냐 안 쓰느냐가 사람의 이미지를 많이 다르게 만드는 구나를 몸으로 느꼈다. 그래서 그 말은 집에서만 쓰는 것으로 약속하고 밖에서는 사용하지 말자고 했더니 식사 때마다 "아빠, 풀때기 없어요? "란다. 김치 달라는 소리다.


그리고 아내와 난 가끔씩 집에서 부정적 감탄사를 발언할 때 자연스럽게 "이씨"를 사용한다. 아니나 다를까, 딸도 "이씨"를 사용했다. 화들짝 놀라서 그런 말 쓰지 마라고 했지만, 아이의 거울인 부모가 이미 사용해 버렸으니 늦어버렸다. 사실 유치원에서도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자기를 괴롭히는 아이에게 사용해서 사건이 된 적이 있었다. 그때 내 딸아이의 답변도 기억난다. "다른 아이들도 저한테 이씨라고 해요."라고,, 그 말을 들은 나와 유치원 선생님은 아무 말할 수 없었다. 그저 다음부터 그러지 말자 정도로 끝을 냈다.

그래서 그 뒤로 아이가 "이씨"라고 말하면 내가 "딸, 우리는 이씨가 아니야, 임씨야"라고 웃겨주었다. 그랬더니 부엌일을 하거나 집안일할 때 실수할 때 나도 모르게 "아윽씨" 라고 하면, 어느새 옆에 와서 "아빠, 이씨, 아니 아윽씨 아니에요. 우리는 임씨예요. 하하하하"하며 천진난만하게 웃는다.


그래도 신기한 것은 아빠는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데, 딸은 아직 표준어를 쓴다. 가끔씩 재미 삼아 나를 따라 할 때 우스운지 그때는 사투리를 쓴다.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라는 말, 정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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