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삼 Sep 02. 2019

똑같이 따라 한다

아이가 크면서 가끔씩 놀라는 것이 하나 있다.

아이가 사용하는 어투가 자기 엄마랑 매우 닮아 있다는 사실인데 가끔씩 아무 생각 없이 일에 열중하고 있을 때 딸이 뭐라 뭐라 하면, 나도 모르게 아이 엄마에게 하듯이 이렇게 답할 때가 있다.


" 잠시만요, 제가 할게요. 그냥 두세요"


그럼 "네 그러세요"라고 답이 오고, 좀 있다가 "히히히"하는 소리가 들린다.  

난 글을 쓰거나 음식 만들 때, 취미생활로 그림을 그리고나 뭔가를 만들 때 집중을 하다 보니 주변 상황을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딸아이가 "아빠"라는 첫마디를 하지 않으면 가끔씩 아이 엄마가 옆에 있는 듯해서 나도 모르게 그리 말을 한다.


우리 부부는 8살 차이가 난다.

결혼하기 전부터 서로 높임말인 하오체나 해요체를 사용했었고, 이것이 생활이 되어 결혼 10년 차에도 여전히 존댓말과 반말을 오가며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평소에 딸아이에게 높임말을 쓰게 가르친다.


어쨌든 자주는 아니지만 아이가 말할 때 "아빠"라는 단서가 없으면 요즘 들어 가끔씩 아내가 옆에 있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어제는 모처럼 아내와 와인을 한잔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아내에게 농담으로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내 옆에 당신이 24시간 있는 것 같으니 너무 걱정 마세요. 생각도 없지만 엉뚱한 짓 하고 싶어도 못해요"

가끔씩 아내는 농담 삼아 집에 있는 남편 관리한답시고 자기 없을 때 딴생각 품을까 봐 장난식으로 뭐라 한다. 그래서 나는 24시간 당신이 옆에 있으니 걱정 마시오라고 했더니 의아해한다.

딸아이가 하는 행동과 말이 엄마랑 비슷해서 가끔씩 헷갈릴 때가 있다고 했더니 그제야 무슨 말인지 이유를 알고 웃었다.



딸아이는 걸어가다가 아빠 배를 툭툭치고 다닌다. 엄마 행동이다.

실수하면 장난스럽게 아닌 척한다. 엄마 행동이다.

먹고 싶거나 사고 싶은 것이 있으면 갑작스레 애교를 발산한다. 엄마 행동이다.

차 운전하다가 누가 끼어들면 "저 사람 못쓰겠네". 엄마 말이다.


오늘도 큰방에서 딸과 엄마가 드러누워 날 보며,,, " 배 고프다, 밥을 주시오"란다.

그것도 똑같은 포즈에, 똑같은 시선에, 똑같은 억양으로..

나는 그 모습이 너무 좋아,, 좋다고 웃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자기만의 스타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