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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선호 Aug 08. 2018

어린아이를 찾아야만 한다.



어린아이를 찾아야만 한다.



글을 쓰기 위해 책상에 앉아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내 머릿속에서 살고 있는 어린아이를 찾아 나서는 일이다.

눈을 감고 내 머릿속으로 들어가다 보면 우주 어딘가를 떠다니는 것 같은데

혼자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보면 어디선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우리들의 숨바꼭질이 시작되는데

우주는 사라지고 어린아이는 어디론가 나를 대려다 놓는다.


시끄러운 소리가 가득한 도서관, 동화 속에서 나올법한 알록달록한 집, 

하늘색 눈이 내리는 도시, 꽁꽁 얼어있는 건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실 ·····

장난기가 많은 아이인지 찾아올 때마다 매번 다른 세상을 나에게 보여주는데

머릿속의 세상이라 그런지 현실성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바다에 떠다니며 움직이는 비행기도 있고

내려야 할 비는 하늘을 거슬러 올라가기도 한다.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은 딱하나. 어딘가에 숨어있는 어린아이를 찾아야 한다.

엉뚱하기 짝이 없는 이 세상 속에서 찾기 쉬운 곳에 있을 때도 있고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모를 곳에 숨기도 해서 숨바꼭질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

숨어있던 아이를 찾게 되면 가방 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나에게 주곤 한다.

산타 할아버지가 줄 것만 같은 화려하게 장식된 상자.

포장지를 뜯고 상자를 열어보면 그 속에는 글을 쓸 재료가 들어있다.


하지만 매번 주는 건 아니다. 

까탈스럽기도 해서 놀았던 것이 마음에 안 들면 다시 가지고 가기도 한다.

그럴 땐 어떻게 하냐고 묻는다면 '또 올게' 하고 내일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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