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나는 남들이랑 다른 점이 많았어.
조금이라도 다르면 이상한 사람처럼 보게 되는
색안경 때문에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해 본 적도 있고.
그때부터 사람들의 시선이 너무 무서워졌어.
난 아무 잘못도 없는데 갑자기 내가 모든 걸 잘못한 사람처럼
항상 나에게 손가락이 돌아오고 가만히 있어도 나를 괴롭히는 친구들은
선생님이 볼 때만 장난친 거라며 거짓말을 늘어놓더라.
너무나 싫었어도 아무 말도 못 하고 가만히 있기만 했어.
아무도 내 말을 믿어줄 것 같지 않았거든.
시간이 지나서도 난 항상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떠돌기만 하면서 존재감이라곤 딱히 없었던 아이였던 거 같아.
뭔가를 하는 것도 혼자 하는 게 더 편하고 익숙해졌어.
남들이 나에게 베푸는 호의들에 대해서도 어느 센가
감사히 받기보다는 그 사람을 의심부터 하기 시작했던 것 같아.
그러다 보니 사실 내 주위에 친구라고 말할만한 사람들이 거의 없어.
이런 성격에 친구들이 많은 것도 이상하겠지만.
그래서 난 네가 되게 부러웠어.
따르는 동생들이며 친구들도 많고 너를 챙겨주는 사람도 많아 보여서.
나랑은 아무래도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런 네가 먼저 나한테 말 걸어주고 다가왔을 때도 고마우면서도
나는 속으로 ' 나를 이용하기 위해서 잘해주는 건가? ' 하면서 의심부터 했지.
누군가에게 마음을 연다는 게 나한테는 정말 어려운 일이거든.
떨떠름해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매번 나를 챙겨주는 모습에
새로운 친구가 생길 거 같았지만 벌써부터 상처받을까 봐 겁부터 먹는 바람에
연락이 와도 인사를 먼저 건네주어도 나는 매번 너를 피하기 바빴던 거 같아.
나를 욕하거나 험담하면서 금세 떠나갈 줄 알았는데
너는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옆에서 계속 있어주려고 해줬다는 게 신기해.
그제야 마음을 천천히 열고 너랑 친하게 지낼 수 있었어.
그렇게 우리는 오랜 시간을 연락도 주고받고
밥을 먹어야 할 시간에는 친구들보단 너랑 밥도 먹고
아무것도 하지 않던 주말에는 시간을
같이 보내면서 친구 이상의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지.
한걸음만 더 너에게 다가가고 싶었어.
그러다 네가 다른 남자의 이야기를 꺼냈고
이 사람은 어떤 것 같냐고, 호감이 생겨 용기 내 보려고 한다고 말했어.
그 자리를 박차고 도망치고도 싶었고 그 남자에 대해 험담도 하고 싶었는데
순수하게 물어보는 너의 목소리와 웃고 있는 얼굴에 차마 그럴 순 없더라.
아무런 사이도 아닌데도 이상하게 그 모습이 나에게는 되게 충격적이었나 봐.
되게 웃기지?
그땐 너무 바보 같아서 나 혼자서 착각했나 봐.
그러면서도 궁금한 게
그때의 나는 너에 대해서 얼마나 착각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