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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선호 Aug 13. 2018

당신이 남기고 간 흔적


당신이 남기고 간 흔적


무슨 이유였을까.

무슨 뜻이었을까.

잊고 있었던 그날의 가을이 남자의 꿈을 뒤엎었고

악몽이라도 꾼 사람처럼 이불을 발로 차 버리고 말았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당신.

잠에서 깨버린 지금의 머릿속은 괴로움으로 번지고 있었다.

나는 금세 발로 차 버렸던 이불을 가져와 몸을 덮었다.

차가운 공기만 가득한 방안.


사실 너무나 그리웠다.

당신의 얼굴, 옷차림새, 향기까지 말이다

이렇게라도 만나 볼 수 있음을 다행이라고 여겼지만

현실은 달랐고 연락조차 하지 않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아니, 하지 못하는 사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면도를 하기 위해 집어 들었던 면도기는 당신이 선물해준 것이었고

당신이 좋아하는 향이라고 선물해준 샴푸도 구석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휴대폰을 집어 들었을 때 당신과 함께 샀던 케이스가 있었고

외출을 하기 위해 열었던 옷장 속에도 당신의 흔적들이 있었다.

이걸로 끝나길 바랬지만 신발, 지갑, 사진 속에도 남아있었다.


지우고 싶었던 당신의 흔적이 아직도 남아있다.

사실 나는 당신의 흔적을 지우고 싶지 않았던 건 아닐까.


혼자였던 것이 아니었다.

모두 당신과 함께였던 것이었다.


더 이상 과거에 발목을 잡혀선 안된다.

당신과 나는 이제 아무런 사이도 아니기에.


당신의 흔적들이 남아있지 않은 곳으로 가기 위해 

신발을 구겨신고 현관문을 열며 나갔고 쾅하고 닫아버렸다.


물론 밖으로 나왔다고 달라지는 건 없었다.

당신이 선물해준 신발 때문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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