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이상하리만큼 차가웠고
하늘은 가을에 어울리지 않을 만큼 어두웠어요.
사람들의 목소리보다 발에 밟히는 낙엽들이 부서지는 소리가 더 잘 들렸고
당신과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걸어만 다녔죠.
금방이라도 바람에 휩쓸려갈 낙엽처럼 우리는 왜 이리 가벼웠을까요?
우리의 감정은 서로 마주 보고 있었던 것 같았는데 왜 스치고 지나쳐간 걸까요?
스치고 지나갔으니 떨어져 버린 낙엽처럼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버린 걸까요?
그래서 밟고 부서지는 소리가 나도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던 걸까요?
그날의 가을에 우리들은 왜 그렇게 쓸쓸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