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을 통해 당신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대해 들었다.
오랜만에 듣는 당신의 이름.
하지만 더 이상 그리워하지 않게 된 이름.
우리가 이별하게 된 그날.
난 당신과 관련된 모든 것들을 지우고 버렸다.
같이 찍은 사진처럼 사소한 것부터 내 방을 차지하고 있는 큰 곰인형까지.
마음 아픈 일이었다.
누군가의 흔적을 지우고 버리는 게 이렇게 힘들 줄이야.
당신 때문에 내가 이렇게 된 것인데.
나 혼자만 아파하는 것 같아서 억울했다.
간혹 숨어있던 흔적들을 찾게 될 때면 아무런 생각 없이 금세 지우고 버렸다.
반복되면 무뎌지듯이 나는 그런 일들이 점점 무뎌져가고 있었다.
꿈속에서도 만난 적 없었고 당신과 비슷한 뒷모습의 사람도 본 적이 없었다.
아니, 보았다고 해도 당신이 더 이상 떠오르지 않았던 걸 수도.
혼자서 무언가를 하는 것이 어색해지지 않아졌을 때
당신의 흔적을 다 지워냈던 것 같다.
난 그렇게 많은 시간을 당신을 지우고 버렸는데
잘 지내고 있는 것 같다는 친구의 말에 괜스레 짜증이 났다.
아니다, 내가 알고 있는 당신이라면 겉으로 티 내지 않았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아픈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약점을 보여주는 것 같다는 말을 했던 당신이니까.
아마 당신은 잘 지내고 있지 않겠지.
당신에게 남기고 간 내 흔적들이 당신을 아프게 했으면 좋겠다.
아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팠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