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잠드는 걸 좋아하던 어린 시절의 나.
그날도 어김없이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노랫소리와 함께 잠에 드려다
MP3를 만지작 거리고 있었는데 '라디오'라는 단어가 내 눈에 들어왔다.
치이이익---
들려오는 귀 아픈 소리에 이리저리 버튼을 누르고
숫자를 하나씩 넘기며 라디오 주파수를 맞춰보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려왔다.
우연이라면 우연처럼 나는 처음으로 라디오라는 걸 듣게 되었고
우연이 만들어낸 인연은 습관처럼 그 시간에 나를 불러와
언제나 DJ들의 목소리와 아름다운 노래들을 자장가 삼아 잠들곤 했다.
늦은 시간까지 잠에 들지 않고 있던 나를 발견하게 된다면 어머니의 잔소리를
듣게 될 테니 혼나기는 싫어서 몰래 이불속에 꼭꼭 숨으며 라디오를 들었다.
중학생이라는 어린 나이였기에 늦은 시간까지 기다릴 수 없는 날에는
미리 녹음을 하며 잠에 들었고 다음날 아침 등굣길에 오를 때면
노래 대신 자기 전에 녹음해둔 라디오 파일을 들으며 학교로 향했다.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는 '푸른 밤 그리고 성시경입니다'에서
항상 기다리던 코너인 '사랑을 말하다'처럼 누군가의 사랑에 대해 쓰곤 했다.
만나고 헤어지고 이별하고 설레고 가슴 먹먹하고 따뜻하기도 한 수많은 이야기들.
지금도 남아있는 그 흔적들은 '나와 당신의 그림을 그리다'라는 제목으로 보관되어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내가 쓴 글을 들려주고 싶었기에
개인방송이라는 것을 시작했는데 내가 들려주는 이야기와
나의 목소리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어릴 적부터 들어온 라디오를 진행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지금까지 방송을 해오고 있는 걸 보면 꽤나 오랜 시간 동안 개인방송을 이어왔다.
주변 사람들이 내가 개인방송을 하기 시작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규모가 작은 방송이란 걸 보고는 충고랍시고 건네주는 말이 있었다.
조금은 자극적이어야 한다.
재미있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 말을 들으면서 알게 되었다.
'이 사람들은 내 개인방송을 제대로 본 적이 없구나.'
규모가 커지지 않으면 어떠한가.
조금은 덜 자극적이어도 어떠한다.
재미있으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어떠한가.
지금의 내 방송에서 들려주는 위로와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들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