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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선호 Aug 21. 2018

금요일의 퇴근시간을 기다리는 이유


금요일의 퇴근시간을 기다리는 이유



들리는 소리라곤 컴퓨터에서 흘러나오는 노랫소리와 고양이의 울음소리만 가득한 내 방.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으면 좋겠기에 우리 집으로 놀러 오겠다는 친구들의 연락을 기다리곤 한다.


이번 주는 놀러 온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네.


사실 나는 누군가 우리 집으로 놀러 온다는 걸 좋아한다.

친구들이나 누군가가 나의 집으로 놀러 올 때면 매번 귀찮은 척 하지만

만나기 위해 우리 집까지 발걸음을 해주는 사람을 싫어할 리가.


밤을 새워가며 마셨던 술과 태웠던 담배.

여름에 물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던 우리.

잠에 들어야 할 새벽에 드라이브를 하기 위해 나가기도 하고

주말이 되면 야구를 하겠다고 다들 학교 운동장으로 모였지.

게임 이야기가 나오면 서로 잘한다며 핏대를 세우고

축구 이야기가 나오면 서로의 팀을 까내리기 바빴었다.


누군가에게 들려주면 시간을 낭비하며 보낸 거 아니냐고 

말하겠지만 그 시간 들을 함께 낭비했기에 아름답게 남아있다.


요즘은 서로 아등바등 살아가다 보니 힘이 빠져 지친 건지

우리 집으로 삼삼오오 모여도 나가는 시간보다 내 이불에 누워있는 시간들이 많다.

매번 자고 가던 친구들이 언젠가부터 집에 가서 잠을 자기 시작했는데

왁자지껄하였던 내 방안에서 사람들의 소리가 사라지면 또다시 

들려오는 컴퓨터에서 흘러나오는 노랫소리와 고양이의 울음소리.


항상 가득 차 있고 떨어질 줄 모르던 우리들의 배터리는 

너무 많이 사용했는지 시간이 흐르고 보면 금세 방전되어있다.
허전함이 가득한 내 방안에서 친구들이 어지르고 간 것들을 

하나둘씩 정리하고 이불을 덮은 채 잠을 청한다. 


사람들의 온기가 남아있던 내 방안.

점점 차갑게 변할걸 알기에 고양이를 안아본다.

많이 졸렸는지 내 품에서 잠을 자는 고양이.


나는 또 기다리겠지.

다음 주 금요일의 퇴근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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