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선호 Sep 03. 2018

고양이님과 나는 함께 산다.


고양이님과 나는 함께 산다.



밥그릇에 밥이 다 떨어지면 얼른 채우라며 난리를 피우는 고양이님과 함께 산다. 쩌렁쩌렁 울어대는 소리에 못 이긴 나는 고양이님의 밥그릇과 물그릇을 한번 씻어내고 밥과 물을 채워준다. 밥이 가득 차 있는 그릇을 보며 무언가 만족했다는 듯이 골골거리는 고양이를 뒤로한 채 다시 작업을 하기 위해 의자에 앉을 때면 내 책상으로 올라와 벌러덩 누워버린다. 배가 고파 밥이 먹고 싶었던 걸로 알아 들었는데 안 먹는 걸 보니 그저 내 관심이 필요했나 보다. 배를 보이며 누워있는 고양이님과 눈이 마주쳤는데 얼른 쓰다듬어 달라며 내 손에 자기 머리를 비비적거린다. 못 이긴 척 만족할 때까지 쓰다듬어줬는데, 기지개 켜어 보이다 하품을 하는 걸 보니 낮잠을 자려는 모양. 하지만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나는 기어코 손으로 배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골골거리며 좋아하다 그 소리가 잦아들 때쯤 그만뒀어야 했는데, 내 팔을 물어버리는 고양이. 세게 문건 아녔기에 아프지 않았지만 그만하라는 경고의 신호는 똑똑히 알 수 있었다. 그제야 고양이님의 배를 간지럽히던 내 두 손은 키보드로 향한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작업에 몰두하다 보면 잠에서 고양이님은 책상에 올려둔 두 팔 위에 올라서 꼬리를 이리저리 돌려 보인다. 고생했으니 조금 쉬었다가 마저 하라는 듯한 고양이님의 명령에도 작업물에 만족할 수 없었던 나는 고양이를 바닥에 내려놓으며 다시 키보드를 잡았지만, 금세 다시 책상에 올라와 얼른 내 명령을 따르라는 눈빛을 나에게 보낸다. 그제야 의자를 밀어내듯이 하고 일어나 찬 물 한잔 들이켠다.


밥 먹을 시간이되 밥상을 차리면 내가 잘 먹고 있는지 꼭 내 옆으로 와서 확인하고, 다 먹고도 밥상 치우는걸 미루며 핸드폰을 보고 있는 나에게 얼른 치우라며 울어 보인다. 설거지를 하는 모습을 감시하듯 빤히 바라보다 수도꼭지를 잠궈보이면 그제야 됐다는 듯 뒤돌아서 걸어간다.  


머리를 식히기 위해서 집을 나설 때면 나가던 말던 관심 없는 사람처럼 쳐다도 보지 않다가, 집에 도착하면 강아지처럼 현관문 앞까지 네발로 나서서 나를 반긴다. 내가 어디 도망간다고 생각한 걸까. 너랑 둘이 산지 4년이 다되어가는데 뭐가 그리 무섭다고 그러는지, 안심하라는 듯 쓰다듬어준다. 기분이 좋을 때면 안아도 주는데 나를 빤히 바라보며 어서 내려놓으라는 눈빛에 나는 조심히 고양이를 내려놓는다.

술에 취해 집에 들어갈 때도 나를 마중 나오는 건 똑같지만 고양이의 직감이 얼마나 무서운지 귀찮은 일이 벌어질 것만 같다는 촉이 오면 나에게서 도망치기 바쁘다. 한번 안아보고 싶어서 도망가는 고양이를 두 손으로 잡아 번쩍 들어 올리며 안아보는데 술냄새에 화가 난 고양이는 쩌렁쩌렁 울면서 저리 가라고 소리친다. 그 모습에 삐진 나는 샤워를 하고 나와 자려고 배게에 머리를 내려놓았는데 내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나의 상태를 살피는 고양이님. 이불을 목까지 올려 덮고 코를 골며 잠에 든척하면 베개에 두 손을 올려두고 나를 빤히 바라본다. 마치 내가 어린아이가 마냥 잘 자고 있는지 확인하러 온 엄마 같다랄까. 그렇게 나의 하루도 고양이의 감시로 마무리된다.


잠에서 일어나면 알람 소리보다 먼저 들리는 고양이 울음소리. 잠에 들면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와도 듣지 못하는 나이기에 맞춰둔 알람 시간은 이미 지난 지 오래였다. 알람을 맞추는 일은 사실 별 의미 없는 일이 아닐까. 좀 더 잠을 청하려다 고양이 울음소리에 몸을 일으켜 앉아 고개를 돌려 밥그릇을 확인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또 다른 모닝콜이라고 생각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밥그릇을 씻기 위해 베란다로 향한다. 자취하면 부모님들의 두 눈에서 벗어나 기쁠 줄 알았는데 정작 자취를 시작하니 고양이에 감시에서는 벗어나지 못했다. 의자에 앉아 작업을 시작하고 책상 옆에 올라와 나를 감시하는 잔소리 대마왕 고양이님과 오늘 하루도 시작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무런 말이 없다는 건 무슨 말도 필요 없다는 건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