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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선호 Sep 05. 2018

아직도 나에게는 어려운 편지.


아직도 나에게는 어려운 편지.



옷장 위에 아무렇게나 올려둔 상자 하나를 발견했다.

군대를 다녀 올 동안 받았던 편지를 모아둔 상자에 먼지가 가득 쌓여있었다.

내가 초등학교를 다닐 적에 군인의 신분이던 사촌 형은 편지를 꼭 모아두길 바란다는 

말을 해준 적이 있었는데 그 말이 기억에 남아있어서 아직도 보관 중인 편지들. 

뚜껑을 열어봤더니 여러 가지 색으로 화려해 보이는 편지 봉투들이 쌓여있었다. 


5년 전의 나는 어떤 사람이었을지 궁금했다.

편지를 보내준 사람들에게 나라는 존재는 어떤 사람이었길래 마음을 담은 손편지를 보내준 것일까.

어떤 것부터 읽어볼지 이리저리 고르려다 알록달록한 편지봉투 사이에 하얀 편지봉투 몇 개를 발견했다.


편지봉투 입구에 많이도 발라둔 풀 덕분에 열기도 힘들었던 하얀 봉투.

어쩔 수 없이 손으로 입구를 찢어 읽어야만 했던 편지. 혹시나 편지가 흘러내리지 않을까 싶었겠지.

글씨가 작으면 잘못 읽을 수도 있으니 크게도 적혀있는 내 이름과 주소.

덕분에 누가 봐도 내 이름이었기에 동기들 사이에서 제일 먼저 받았던 편지.


설레는 마음에 뒤돌아 읽어보다 3줄도 못 읽고 다시 편지 봉투에 넣었던 편지.

그렇게 몇 날 며칠을 읽어보다 포기하기를 반복하며 겨우 다 읽어내렸던 편지. 

흐르던 눈물을 멈출 수 없어 몰래 화장실에서 울게 만들었던 편지.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난 참 많이도 변했다고 생각했는데.

분명 내가 받았던 편지인데.

아직도 왜 훔쳐보듯 한 번에 다 읽어내리지 못하는 걸까.

난 아직도 그 사랑을 감당하기에는 너무 어린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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