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럽혀진 옷들이 들어가 있는 세탁기에 내 걱정거리들도 구겨 넣고 돌려보자.
빙글빙글 돌아가는 세탁기에는 거품이 한가득 보이고 정처 없이 돌아가는 옷들과 걱정거리들이 보인다.
빨래가 된 옷들을 하나씩 구겨지지 않도록 털어내고 반듯하게 널어두자.
그 옆에는 걱정거리도 구겨지지 않도록 털어내고 반듯하게 널어두자.
걱정거리 하나. 빨래 하나. 걱정거리 하나. 빨래 하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했다.
세탁기를 돌렸고 세제도 듬뿍 넣었다.
빨랫줄도 준비했고 반듯하게 널어두기도 했다.
이젠 젖어있는 옷과 내 걱정거리들을 그저 마를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날씨가 흐리다고 얼굴 찌푸리지 말자.
맑은 날 보다 조금 더 시간이 걸릴 뿐이다. 그저 기다리면 된다.
기다려도 젖어있는 걱정거리들이 있다면 내 머릿속에서 비워버리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했다.
내 손을 떠나간 고민이라면 비울 줄도 알아야 한다.
옷들이 다 빠져나가 텅 빈 세탁기처럼 비워질 줄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