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마디로 시를 죽이는 말을 당신에게 들었다.
'오글거린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를 단 한마디로 죽였다.
글자와 글자를 배치시켜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을
돌과 돌을 던져놓은 듯한 딱딱함으로 만들어버렸고
축축해진 감성을 단 한 번에 건조하게 만들어버렸다.
시가 아니라 가사였다면 달랐을까.
시가 아니라 음표였다면 달랐을까.
그래도 당신이 무언가를 느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아무렴 어떠한가. 무엇이라도 느꼈으면 그걸로 된 것이지.
수많은 사람들이 똑같은 시를 읽고 서로 다른 감정을 느낀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똑같은 시를 읽고 서로 같은 감정을 느낀다면.
수많은 감성을 담은 시인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고
똑같은 감성을 담은 시인은 또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가.
오글거린다고 느낀 당신의 감정이 잘못됐다는 게 아니다.
하지만 당신의 표정으로 시를 읽고 있던 사람들과 나를 바보로 만들었고
이런 걸 왜 읽는지 모르겠다는 말로 시를 쓴 시인을 죽였다.
당신은 이때까지 얼마나 많은 시인들을 죽여 왔을까.
당신은 이때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바보로 만들어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