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오늘 하루를 어떻게 지냈는데?

Draw a sketch. 15

by 공선호

쌀쌀해졌어.

자고 일어나서 항상 습관처럼 물을 마시기 위해 발걸음을 냉장고로 옮기던 게 며칠 전인데

어제부터는 밤을 지나 새벽을 건너온 쌀쌀한 바람들 때문에 이불 밖을 나가기가 싫어지더라.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도 나와 같은지 오늘만큼은 내 이불속에 들어와 잠을 자고 있었고

밖을 나가기 위해 옷장을 열고 외투를 꺼내면서 날씨가 많이 추워졌다는 걸 느꼈어.


창문을 닫으려고 보니 어제부터 밤새 내린듯한 빗물이 방바닥에 보란 듯이 들어와 있었고

그 틈 사이로 보이는 밖은 지금 시간이 오전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어두웠어.

하늘에서 내리는 빗방울들은 마치 바닥을 때리는듯한 소리로 밖을 가득 채웠고

내 방까지 들어와 알람으로 맞춰둔 노래가 작게들릴만큼 내 귀를 빗소리로 막아버렸어.

바닥에 흥건히 뿌려진 빗물들을 정리하고 냉장고 속 차가운 물을 마시다 미뤄뒀던

크고 작은 일들을 오늘 해야만 한다는 걸 생각하고 나서야 하늘을 원망하기 시작했지.

아무렇지 않게 반바지를 입고 슬리퍼를 신자니 밖은 너무 추워 보였고

긴바지를 입고 신발을 신자니 축축하게 젖어갈 내 신발과 양말이 너무 싫더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나가는 걸 포기하기로 마음먹고 사료와 물을 채워주고

나는 다시 아무렇지 않게 소파에 자연스레 누운 체 휴대폰만 만지작 거렸지.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방안에 불을 켰고 TV를 켜 다 봤던 예능 프로그램을 다시 보기 시작했어.

저번에 웃었던 타이밍에 다시 웃었고 감동받았던 장면에서 다시 감동도 받았으면서

오늘도 이렇게 무료하게 하루를 보낼 생각을 하니 평소와 다르게 답답한 마음이 생기더라.

차라리 날씨가 맑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에 창밖을 바라봤지만

비는 그 칠 생각이 없어 보였는데 그 모습이 마치 나를 약 올리는 것 같았어.


어쩌다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이상하게 오기가 생기더라.

밖에 나가는 걸 망설였던 조금 전 모습은 온데간데없었고 어느새 옷을 다 차려입고

신발을 신으려는데 고양이가 뒤에서 다가오더니 내 옆에 앉아서 나를 보던데

마치 밖에 조심히 잘 나갔다 오라는듯한 눈빛으로 나를 배웅해주는 기분이었어.

어두운 날씨와 다르게 내 기분에 햇빛이 드는 기분이었고 머리를 쓰다듬어주니

기분이 좋다는 듯 골골거리며 울어대는 모습에 간식이라도 사다 줘야겠고 생각했지.

검은색 우산은 왼손에 쥐고 이어폰을 찾기 위해 가방을 뒤적거리다 보니 어느새 1층에 도착해

밖에 내리는 비와 마주하게 되었는데 얼른 갔다 오자는 마음으로 우산을 펴고 비속으로 들어갔지.


집에서 들었던 거와 다름없이 빗방울들은 내 우산을 때리기 시작했고

온통 '쏴아아 아아' 하는 빗소리로만 세상이 가득한 느낌이 들만큼 씨끄럽게 울렸지.

우산을 접으며 가까운 거리의 서점에 도착했을 때 이미 신발은 다 젖어있었는데

다른 사람들도 별 다를 게 없어 보여서 쪽팔리거나 그러진 않았던 것 같아.

그래도 축축해진 신발을 신고 다니려니 기분이 별로라 사려던 책을 찾고는

바로 계산대로 향했고 5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모든 걸 끝냈지.

다른 곳에서도 똑같이 사려 던 것만 딱 사고 바로 나왔던 것 같은데

고양이 간식은 어떤 게 좋을지 휴대폰으로 찾아보느라 그게 제일 오래 걸렸어.

고작 30분도 안 되는 시간에 모든 걸 끝내고 집에 가려는데 이런 생각이 드는 거야


' 왜 이렇게 간단한걸 나는 계속 미뤘던 걸까?'


그 생각을 나 자신에게 물어봤는데 귀찮았다는 한심한 대답을 들었어.

한동안 너무 게흘러진게 내 눈에도 보였지만 그러려니 하고 넘겼는데

더 이상 그러면 안될 거 같다는 마음이 생겨버린 거지.

오늘부터라도 조금은 부지런하게 살려고 노력해보려 해.


이런 모습을 네가 봤으면 기특하다며 칭찬해줬을지

이제야 그런 마음이 드냐며 잔소리로 나를 달래기 시작했을지


그냥.


그냥 조금은 궁금해지는 날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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