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또 똑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Draw a sketch. 16

by 공선호

고개를 숙인 채 한동안 움직임이 없었던 친구는

답답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술잔에 가득 찬 술을 홀로 들이켰다.

테이블 사이로 흐르는 침묵은 친구의 복잡한 마음을 정리할 시간을 주었고

술에 취한듯한 눈동자와 굳게 다문 입술이 친구의 마음을 보여주는 듯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나는 아무 말 없이 나의 잔을 비웠고

각자의 빈 잔을 채웠으며 먼저 말을 꺼낼 때까지 기다렸다.

한참 동안 말을 하지 않는 친구의 모습에 답답한 마음도 들었지만

아무 말하지 않고 조용히 잔을 채우고 비우며 기다리고 있었다.


' 오늘 내가 너무 바보 같더라. '

' 무슨 일 있었어? '

' 나는 왜 매번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될까? '


대답을 듣고 나는 심심찮은 위로를 하기 위해 가벼운 농담을 던질 준비를

하려 했는데 뒤이어 나온 친구의 말에 조금은 심각한 이야기가 될 거란 걸 느꼈다.


' 헤어졌어. '


술잔을 기울이고 친구는 다시 입을 굳게 다물었지만 원망하지 않았다.

또다시 정적의 시간이 흘렀고 밖에서 흘러들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생각하던 중 친구는 다시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 익숙해진다는 게 좋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익숙함 때문에 소홀해지고

당연하게 여겨지던 이기적으로 행동했던 시간들이 너무나 바보 같고 원망스럽더라. '


다시 혼자 잔을 비우고는 길고 긴 이야기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 나는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이 무엇이 있을지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고개를 끄덕여주며 해주는 말들을 그저 잘 들어주기만 할 뿐이었다.


' 지금이라도 다시 연락해보는 건 어때? '

' 내가 먼저 연락할 명분이 없는 것 같아서, 내가 너무 모질게 말했거든. '

' ...... '

' 하고 싶지, 나도 하고 싶은데.

나에게 그런 말들을 들은 사람에게 내가 어떻게 먼저 연락해. '


내 귀에 들리는 친구의 목소리에 울음이 담겨있어 눈을 보려 했지만

부끄러워서인지 테이블에 머리를 갖다대고 얼굴을 나에게 숨기며 말을 이어갔다.


' 보고 싶고, 내가 잘못한 것도 아는데. '

'...... '

' 나라도 그런 말들을 듣고 마음이 남아있을 것 같지 않거든. '


여전히 고개를 들지 못하는 친구의 모습이 안쓰러워진 나는

어떠한 말도 해줄 수도 없는 상황이 너무나 안타까워 나의 술잔을 비웠다.


' 저번에도 이런 일로 헤어졌으니까 다음번에는 안 그러겠다고 마음먹었는데

내가 바보 같은 건지 사람이란 게 그런 건지 결국 똑같은 실수를 반복했어. '

' 누구나 하는 실수야, 나 또한 그래. '

' 그렇지. 그래도 나를 위해서 그렇게 희생해준 사람들이 많았는데

왜 꼭 지나고 나서야 그런 걸 알게 되고 그리워하게 되는 거고

난 뭐가 그리 잘났다고 모질고 아프게만 만들었는데

내가 뭐 그리 잘나고 좋은 사람이었다고 잘해준 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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