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w a sketch. 17
옷장 속 상자에 가득 담겨있던 겨울옷을 꺼내던 남자는
갑자기 추워진 날씨 때문에 감기에 걸린 듯 기침을 했다.
' 갑자기 너무 추워졌네. '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남자는 올해 여름에 입던 옷들을
하나씩 다른 상자에 담았고 보일러를 틀어 방안을 따뜻하게 채웠다.
겨울이라는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이리저리 어지럽혀진 방안들을
정리하기도 했고 집안의 가구들도 조금씩 위치를 옮겨보며 시간을 보내다
사야 할 물건들이 생각이나 밖으로 나가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구겨진 신발을 다시 고쳐 신기 위해 몸을 숙였고 1층에 도착해 문을 열고 나가려다
고지서가 아닌 편지가 자신의 우편함에 꽂혀있다는 걸 발견했고 이내 신기한 듯 다가갔다.
' 보낸 사람이... '
편지봉투에는 받는 사람의 이름이 남자의 이름이 있었고
보낸 사람의 이름에는 그녀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그 자리에서 아무렇지 않을 듯 편지를 뜯어 읽기 시작했고
짧은 내용의 편지에도 남자는 생각에 잠긴 듯 한참을 서 있었다.
다 읽은 편지를 가방 속에 넣으며 핸드폰을 꺼냈고 그녀의 페이스북에
들어가 보려다 자신이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물건들이 가득 든 봉투를 방안에다가 늘어놓았을 때
방안의 바닥이 뜨겁다는 걸 느낀 남자는 보일러를 끄지 않고 갔다는
사실을 알았고 급하게 보일러를 껐지만 이미 뜨거워진 방은 식혀질 줄 몰랐다.
그런 사실이 짜증이 난듯한 남자는 외투도 벗지 않은 체 침대에 드러누웠고
주머니 속 부스럭 거리는 편지를 다시 꺼내 중얼거리며 읽기 시작했다.
' 내년 이맘때쯤에는 꼭 덜렁거리는 것 좀 고쳤으면 좋겠어.
이 편지 받으면 우리 다시 한번 느린 우체통에 편지 쓰러 가자. '
한참을 들여다본 편지를 던지듯 날리며 남자는 편하게 옷을
갈아입었고 페이스북에 들어가 그녀의 이름을 검색해 찾아 들어갔지만
이미 끊어진 친구사이라 그녀의 소식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리고 무언가 포기하는 사람처럼 남자는 다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 하나도 지켜진 게 없네 우리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