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늦은 걸까

Draw a sketch. 27

by 공선호

' 그래서 오늘 도서관 올라갔더니 그 애 있더라? '


남자는 친구의 말에 순간 놀란 표정을 짓습니다.

안주를 향하던 젓가락질을 멈추고 두 눈이 동그래진 남자의 얼굴을 보며

친구의 얼굴이 찡그려지는 걸 보니 안타까운 마음이 드나 봅니다.


' 그런데... 다른 남자랑 있던데? '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남자는 핸드폰을 손에 들고 메신저를 확인합니다.

그녀에게 보낸 메시지와 사라지지 않은 숫자 1만 보이고

두 시간째 답장이 없는 걸 본 남자는 갑자기 아무렇지 않은 척 웃어 보입니다.


' 그래? 친구겠지. 같이 과제하는 거 아닐까? '

' 야 과제 같이하는 친구끼리 누가 팔짱을 끼고 다녀. '

' 그런가... 도서관이라 그런지 오늘따라 답장이 없어. '

' 왜 없겠어. 다른 남자랑 있으니 답이 없지. '


남자의 얼굴에 갑자기 어둠이 내려앉은 듯 차분해졌고

친구는 어이없어서 웃기만 하다 무언가 결심한 듯 말을 건넵니다.


' 그리고 너는 관심이 있다면서 뭘 했는데?

예전에 같이 밥을 먹자고 했을 때도 긴장된다고 떨린다고 약속 있다고 말했잖아

같이 공부하자고 했을 때도 혼자 공부하는 게 편하다고 안 간다 하고

여자가 다가오려고 하면 네가 밀어내 놓고 지금 그러는 건 아이러니하지 않냐? '


친구의 강도 높은 말들에 남자는 혼자서 잔에 담겨있던 술을 마십니다.


'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보이면 내가 무슨 말을 해줘야 할까? 음?

진짜로 넌 여자를 너무 몰라. 내가 분명히 그 여자애가 너한테 관심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말을 해줬는데도 넌 그냥 내 말을 귓등으로 안 들었잖아.

'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 그렇게 예쁜 애가 날 좋아한다고? '

이딴 말만 했으면서 지금 와서 혼자 술을 홀짝거리는 거 웃겨 인마. '


갑자기 남자가 실성한 듯 웃는 모습을 보였고 친구는 흠칫 놀랍니다.

그제야 핸드폰을 내려놓고 무언가 진지한 표정으로 바뀌는 남자의 얼굴


' 맞아. 내가 한 게 없어.

그래도 이제는 알겠단 말이야.

그래서 지금이라도 잘해보려고 하는 건데

내가 너무 늦은 걸까?


술을 잔뜩 마시고 나온 두 사람은 각자의 집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기 위해 나왔고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담배를 피우는 두 사람

친구는 남자에게 해줄 말이 있다는 듯 버스정류장 앞에 무언가를 가리킵니다.


' 이거봐.

83번 버스가 3분 뒤에 온다고 하지?

이게 7분 간격이니까... 10분 후에도 올 거잖아?

넌 지금 3분 뒤 올 버스를 놓친 샘인 거지

그래도 10분 뒤에 버스가 하나 올 거니까 기다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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