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당신이 처음 만난 그날

Draw a sketch. 29

by 공선호

' 밖에 비 오네요. '


같이 먹은 점심을 계산하고 나온 남자의 말에 여자는 창밖을 황급히 봅니다.


' 진짜네, 오늘 비 온다는 이야기 있었어요? '

' 글쎄요? 날씨가 흐리긴 했는데 비가 올 줄은 몰랐네요. '

' 이거 소나기 같은데? '

' 소나기 아닐걸요? 하늘이 엄청 어둡잖아요. '

' 그럼 내기할래요? 5분 안에 비가 그치나 안 그치나? '

' 음... 그래요. 나 지는 싸움 안 하는 거 알아요? '


5분이 지난 후에도 비가 그칠 줄 모르고 내리는 사실에 여자는 당황스러워하고 있습니다.


' 아닌데... 조금만 더 있어볼래요? 분명 비가 그칠 텐데? '

' 조금이라, 얼마나 더 있어 볼까요? '


장난기가 가득한 남자의 말투에 여자는 오기가

생긴 듯보였지만 비가 내리는 하늘을 한번 올려다보고는 그새

비가 그 치치 않을 것 같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합니다.


' 안 그치겠다, 그런데 저 원래 우산은 꼭 가방에 가지고 다니거든요?

처음으로 우산을 집에 놔두고 왔는데 보란 듯이 비가 내리네요. '


무언가 불만에 가득한 표정으로 이야기하는 여자를 보며 남자는 여자가 귀엽다고 느낍니다.


' 진짜 놀리는 것처럼 비가 오네.

그래도 이렇게 내리는 비 보면서 이야기하는 것도 나름 괜찮은데요? '

' 그것도 좋고 비 내리는걸 이렇게 바라보는 것도 되게 오랜만이라서 좋은 것 같아요. '


여자의 말이 끝나자마자 남자는 어깨에 매어져 있는 가방을 잠시 뒤적거리더니

자신의 가방 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여자의 손에 쥐어줍니다.


' 어? 우산 있었어요? '


갑자기 여자는 남자가 대단하는 듯 엄치를 치켜 새우며 웃습니다.

기분이 좋아 보이는 여자는 노란색 우산을 펴보였고 하늘을 가려봤지만

생각보다 작은 우산 크기에 여자는 고개를 갸우뚱거립니다.


' 이거 원래 쓰시는 거예요? 쓰시는 거 치고는 되게 작은데 '

' 소개팅 나간다고 하니까 사촌 동생이 부적이라고 가지고 가라더라고요.

그 자리에서 무슨 우산이냐면서 거절할 수 없었으니까

웃으면서 알겠다고 하고 가방에다 넣고 가져왔는데 너무 작긴 하죠? '


여자는 그 사촌동생이라는 아이가 귀엽다고 느꼈고

그런 호의를 거절하지 않고 웃으며 가져온 남자도 멋있다고 생각합니다.


비가 오는 하늘을 가리기에도

여자가 혼자 비를 피하기 위해 쓰기에도 너무 작은 우산이지만

비를 맞아도 좋으니 같이 우산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 여자는 우산 속으로 들어갑니다.


' 그래서 여기에서 계속 있을 순 없잖아요? 얼른가요. '

' 같이 쓰고 가기에는 너무 작은데 혼자 쓰실래요? '

' 그럴 거면 안 쓸 거예요. 얼른 들어와요 머리라도 피하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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