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w a sketch. 31
요즘따라 연락도 자주 안되고 만나도 웃는 모습보다는 아무런 표정 없는
여자 친구의 모습이 신경 쓰인다며 남자는 친구와 함께 여자의 집으로 가는 중입니다.
' 네가 너무 예민한 거 아니야? 바쁠 수도 있고 피곤할 수도 있는 거잖아. '
친구는 남자의 독단적인 행동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하나하나 따지기 시작하면서 버스에서 내리자고 말을 합니다.
' 그렇지. 이 말이 맞을 수도 있지만 사람이 직감이란 게 있잖아.
내가 예민한 걸 수도 있는데 나 말고 다른 곳에
마음이 가있다는 게 느껴지는데 어떻게 해 그럼. '
' 그럼 연락해서 물어보면 되잖아. 네가 서운한 것도 말해보고
화나거나 짜증 나는 것도 서로 이야기해보고 풀어볼 문제지
이렇게 하는 건 난 아닌 거 같아. '
' 나도 아는데. 그냥 지금은 이게 맞는 것 같아. '
' 그럼 혼자 갈 것이지 나는 왜 대려 가는데? '
' 조금 무섭기도 해서 '
남자의 말을 듣고 친구는 청승 떨지 말라며 혀를 차면서도 끝까지 버스에 앉아있습니다.
내려야 할 정류장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린 뒤 남자는 친구에게 길을 안내하기 시작합니다.
' 이쪽으로 가다 보면 들어가는 게 보일 거야.
지금 친구들이랑 놀다가 헤어지고 혼자 집에 가고 있다고 했으니까 아마 금방 올 거야. '
마치 자신의 존재들을 들키면 안 되는 사람처럼 친구와 남자는 구석에 숨어서 여자가 오기만을 기다립니다.
추운 날씨에 친구는 온몸을 떨면서 웅크린 체 앉아있는데 남자는 아까부터 아무렇지 않은 듯 서있습니다.
' 야 추운데 뭐해 몸이라도 좀 녹 여가면 서해. 그리고 오는 거 맞아 지금? '
' 아까부터 연락이 안 되긴 했는데... 어 연락 왔어. '
지금 집 앞에 다 왔다는 여자의 메시지에 친구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고
정류장에서 올라오는 길에 다정해 보이는 여자와 남자가 보입니다.
이내 남자의 여자 친구라는 걸 눈치챈 친구는 어떻게 말해줘야 할지 몰라서 가만히 서있기만 했고
아파트 입구에 다 도착할 때쯤 남자도 여자가 다른 남자와 있다는 걸 눈으로 보고 맙니다.
추운 날씨에도 뭐가 그리 좋은지 웃음을 감추지 못하는 여자의 얼굴을 본 남자는
예상이 들어맞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친구를 데리고 구석으로 나가기 시작합니다.
' 이제 조금은 개운해.
만약 저기에 서서 계속 있다가 서로 좋다고 안 고있는 모습을 봤으면 진짜 무서웠겠다.
그것까지 내 눈으로 봤다면 과연 여자를 용서할 수 있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