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w a sketch. 32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길을 걷고 있는 남자는 주변을 두리번거립니다.
' 새삼 느끼는 건데 세상이 많이 변한 것 같아. '
남자의 말에 여자는 남자가 두리번거렸던 곳들을 한번 살펴봅니다.
이상할 것 없는 것들만 가득했는데 무엇이 그렇게 변했다고 느낀 건지 신기합니다.
' 왜? 나는 잘 모르겠는데? '
' 이제 진짜 확실히 겨울이 된 거잖아.
노랗게 물든 채로 바람을 맞으면서 흔들거리던 은행잎은
언제 그랬냐는 듯 하나도 없고 앙상한 가지만 남아있잖아
여기 지나갈 때면 바스락 밟히던 은행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
' 아무래도 지금은 가을이 아니잖아. 너 말대로 겨울이니까.
그리고 그런 것들은 계절이 변할 때마다 항상 다시 돌아오잖아. '
여자의 말에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한 모금 커피를 마시는 남자.
가지만 흔들리고 있는 은행나무 앞에서 두 사람은 나름 진지하게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 봄이 오고 여름이 지나면 다시 가을이 올 거고 그때 되면
또 노랗게 물든 은행잎들이 바람에 흔들거리면서 서있을걸? '
' 맞는 말이야.
그런데 작년 가을이랑 이번 가을은 뭔가 이상할 정도로 닮은 점이 없었어.
주변의 건물들이나 사람들이 바뀌어서 그런 건지 되게 낯선 느낌이었달까? '
한동안 말이 없던 두 사람은 서로의 손을 잡으며 다시 길을 걸어갑니다.
한 손에는 따뜻한 커피가 그리고 한 손에는 따뜻한 서로의 손이 있기때문인지
차가운 바람에도 외투 속 주머니에 손을 넣을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 저 거봐. 저 자리에 작년에는 붕어빵 가게 없었잖아.
떡볶이랑 순대 같은 분식 파는 가게가 있었지. '
하나둘씩 무언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변한 것들을
찾기 시작한 남자는 자신의 생각을 여자에게 들려주기 시작합니다.
' 여기도 원래 조그만 옷가게 있었던 곳인데 지금처럼 공사하고 있고
저기에는 새로 들어온 음식집이 있고 또 저기에는 마트가 새로 생겼어. '
남자의 말을 듣다 보니 작년과 주변의 모습들이 많이 바뀌었다는 걸 여자는 알아챕니다.
서로의 추억이 남아있던 공간이 사라지고 마트와 새로 생긴 음식점이 있는 걸 본 여자는
남자의 말처럼 작년 겨울과 다른 모습에 조금 낯선듯한 느낌이 듭니다.
주저리주저리 이야기를 이어가던 남자는 수많은 것들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거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며 여자를 빤히 바라보다 이야기를 합니다.
' 그래도 이렇게 내 손 잡고 있는 너는 작년이랑 똑같아서 다행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