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w a sketch. 26
어둠이 가득 내려앉은 한 공간에 스크린만 반짝이는 영화관
상영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스크린에는 광고만 나란히 보입니다.
사방에서 울리는 광고의 소리가 너무 컸는지 남자는 여자의 귀에 속닥거립니다.
' 나 이거 꼭 보고 싶었는데 같이 볼 사람이 없었거든
너라도 시간이 돼서 다행이다 정말로 '
여자는 어이없다는 듯 남자의 말에 코웃음 쳤고 남자에게 대답을 건넵니다.
' 야 나도 한가한 사람아니야. 그리고 네가 보자고 해서 보는 게 아니고
나도 이거 정말 보고 싶던 거라서 보러 온 거거든? '
서로가 서로의 말을 듣고 소리 없는 웃음으로 바라봅니다.
사람들이 하나씩 영화관으로 들어와 각자의 자리를 찾기 시작했고
어느새 영화관은 잠시 암전이 되었다가 영화를 시작하는
오프닝 타이틀 시퀀스가 보였고 이내 모두 다 조용해집니다.
팝콘의 바스락거리는 소리조차 크게 느껴질 만큼 영화에 다들 집중하기
시작했고 남자와 여자도 영화 속으로 시선을 옮깁니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라 그런지
장면마다 재미있고 공감 가는 이야기가 넘쳐서 그런지
두 사람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갈 생각이 보이지 않았고
어디서 많이 본듯한 장면이 펼쳐지면 누구랄 것 없이 귓속말로
' 저거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인데? '
' 저거 네가 맨날 너한테 치는 장난이네. '
' 아 그런가? ' 하며 두 사람의 이야기에도 즐거움이 가득해 보입니다.
남녀 사이에 친구가 가능한지 보여주는 듯한 영화의 결말은
연인으로 끝났고 결혼까지 간다는 내용을 보며 갑자기 말이 없어지는 두 사람
그리고 영화가 끝나자마자 영화관에 불이 켜지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하나둘씩 웃으며 각자의 쓰레기를 들고나갑니다.
그러다 두 사람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연인이란 걸 알았고
남자와 여자는 더욱 말이 없어집니다.
모든 사람들이 다 밖으로 나갔을 때 남자가 먼저 말을 꺼냅니다.
' 뭐해? 안 나갈 거야? 그러고 있으면 귀신 나와. '
여자는 남자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신경질 내기 시작합니다.
' 내가 귀신 이야기하지 말랬지? 진짜 그러다 나오면 어쩔 거야? '
' 내가 그러면 귀신한테 가서 말해야지 저 말고 이 친구 잡아가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