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w a sketch. 43
어젯밤 술로 밤을 지새운 남자와 친구는
해장을 한다는 이유로 라면을 먹고 있습니다.
' 야 바닥에서 자다가 침대 밑을 봤는데 깜짝 놀랐잖아. '
' 왜? 먼지가 가득 쌓여서? '
' 아니. 상자에 너 군대에서 받은 편지가 들어있던데?
그런 거 아직도 가지고 있었냐? '
그런 건 또 언제 찾아봤냐며 부끄러워하는 남자의 모습에
친구는 더욱 놀리고 싶은 마음에 예전 일들을 떠올리며 말했고
남자는 손사래를 치며 아니라고 말만 반복하며 웃습니다.
라면을 다 먹고 친구는 밥상을 치우려다 남자가 침대 밑에서 꺼내온
상자를 열며 무언가를 찾는 모습에 손을 놓고 옆으로 다가갑니다.
' 이거 군대에서 받았던 편지들만 모아둔 상자였는데
나는 내가 이걸 가지고 있었던 것도 까먹었는데 되게 반갑네.
이거 봐 봐. 내가 군대에서 처음으로 어머니한테 받은 편지인데
훈련병 때 이걸 읽는데 감정이 울컥해서 눈물이 나려고 하는 거야
그래서 이 편지 하나만 읽는데 3일이나 걸렸었었는데 '
' 나는 그거 말고 저거, 빨간색 봉투에 든 편지를 읽은 건데? '
' 열어봤다면서 읽어본 거야? '
친구는 괜찮다며 어깨를 다독이면서 놀리듯 웃습니다.
' 당연히 이렇게 재밌는 걸 두고 그냥 넘어갈 수는 없잖아.
연락은 하고 사냐? 너 대학교 들어가서 처음으로 만난 애 아니야? '
' 너라면 연락하고 살겠냐.
뭐하고 사는지 이제는 궁금하지도 않아. '
' 그래도 그 애 싹수없었는데 너한테만 되게 착했잖아. '
' 그랬나? 내 기억 속에는 고집불통에
의심도 엄청나고 질투도 많이 하고 유치한 애인데.
얼마나 고집불통이냐면 밥을 먹고 나면 후식을 무조건 먹어야 한다면서
가방에 과자랑 빵이랑 음료수들을 꺼내면서 같이 먹자고 주더라고
나는 배부르다고 너 많이 먹어라고 했더니 나 혼자 먹으면
무슨 맛이냐면서 내입으로 꾸역꾸역 집어넣어주면서 맛있지?
라고 물어보더라고 난 거기서 배불러서 맛없어라고 했더니
화가 머리끝까지 난사람처럼 씩씩거리길래
그날 하루 종일 미안하다고 하면서 쫓아다닌 적도 있었어.
그리고 친구랑 술 마시고 집에 늦게 들어갈 거 같다고 문자를 보내니까
영상통화를 걸어와서 내 친구들 얼굴을 하나씩 다 검사하더라?
여자가 옆에 있나 없나 감시하던 거지.
그러다가 내 친구의 여자 친구가 그때 딱 왔는데
나는 왜 안 데려갔냐면서 나한테 문자로 화를 버럭 내더라. '
남자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이야기를 멈출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언제는 무슨 일이 있었고 언제는 또 그랬다며 수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남자는
갑자기 목소리가 달라지더니 다른 이야기를 늘어놓습니다.
그래서 나의 20살은 행복했다고
더 이상 그때로 돌아갈 수도 없고
서로의 의지가 되어줄 수 있는 사이로도 돌아갈 수가 없지만
자신의 20살은 그 여자 때문에 너무나 행복하고 재밌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