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w a sketch. 46
맥주나 한잔 하자는 메시지를 받고는 아무 생각 없이 나갔던 거 같아요.
그러면서 든 생각이 얼굴 한번 보기가 참 힘들었구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나간 것도 있고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서 보려고 나갔죠.
그대로였어요.
내가 알던 그 모습 그대로 단 하나도 변하지 않았더라요.
언제 생겼는지도 몰랐던 맥주집에 들어가
이름도 모르는 맥주와 안주를 시키던 그 사람.
나는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 망설이고 또 고민했는데
단 한 번도 나에게 눈길을 주지 않고 핸드폰만 만지작 거렸어요.
주문한 음식이 나오자 사진을 찍는다며 한참을 사진을 찍었고
그제야 저에게 맥주를 한잔 따라주며 말을 걸더라고요.
어떻게 살았고 어떻게 지냈는지 너무 궁금했는데
그것도 잠시 그 사람은 다시 핸드폰을 들여다봤어요.
' 이럴 거면 나를 왜 불러낸 걸까? '
' 같이 맥주를 마셔줄 사람이 없어서 그랬나? '
수많은 생각들이 집에 도착해 침대에 누워
잠에 들 때까지 내 머릿속을 뛰어다녔죠.
그렇게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 또 마시다 보니
금세 테이블엔 빈 접시와 빈 맥주병만 남았고
그 자리에 얼마 있지도 않고 밖으로 나갔어요.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국밥이 먹고 싶다며 나에게 물어보는
그 사람에게 차마 그냥 집에 가고 싶다고 말하지 못했어요.
그러자고 말했고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한참을 걸어 자주 가던 국밥집에 들어갔어요.
왜 그때 집에 가겠다는 말을 난 못했던 걸까
생각해봤는데 조금이라도 더 보고 싶었던 거 같아요.
뭐하고 지냈냐고 물어보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면서도
뭔가를 숨기며 나에게 말하는듯한 그 사람의 표정이 보였어요.
이제는 서로의 사소한 비밀까지 말할 수 있는 사이가 아니니까
나도 더 이상 깊게 물어보거나 하지는 않았던 거 같아요.
거기서도 아마 이 대화가 마지막이었걸로 기억나요.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서야
왜 나를 부른 건지 이해가 되더라고요.
그 사람은 나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을
놓아줄 때가 됐다고 느꼈던 거 같아요.
그래서 나도 이제는 조금이라도 붙잡았던
그 사람과의 인연도 놓을 때가 됐다고 생각이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