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w a sketch. 70
우리 집 앞에 큰 길가를 지나가는 널 우연히 봤어.
얼마 만에 본 건지 기억도 안 날 만큼 되게 오랜만에 봤는데,
넌 아마 나 지나가는 거 못 봤을 거야. 분명 못 봤을 거야.
많이 예뻐진 거 같더라
잘 지내고 있는 거 같기도 하고
그래도 우린 나쁘게 헤어진건 아니니까
그래도 가끔은 인사만이라도 주고받는 사이가 됐으니까
오늘도 인사나 건네 볼까 했는데 내 꼴이 말이 아니더라고
목이 늘어난 티셔츠 하며 아무렇게 입고 나온 반바지
한 손에는 큼지막한 마트 봉투에 또 다른 한 손에는 아이스크림을 쥐고
그런 모습으로 걷고 있는 게 오늘따라 유난히 부끄럽더라고.
화장도 하고 옷도 말끔히 차려입은듯한 너랑은 다르게
내 모습은 평범하거나 초라해 보이기 딱 좋았어.
그래서 아는 척 안 하고 걸어가기로 했지.
골목길로 들어가려고 고개를 돌리려다가
누군가가 달려와 너의 머리를 쓰다듬는 게 보였어.
친구들이 새로운 사람 만나는 거 같다고 말해준 적 있는데
아마 너의 남자 친구겠지?
좋은 사람처럼 보이더라, 그리고 너도 좋아 보였고.
환하게 웃는 모습이 여전히 예뻐 보였어.
내가 반했던 그 모습 그대로 다른 사람 앞에서 웃고 있는
내가 알고 있던 너란 사람의 모습이 보이더라.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싶었지.
혼자서 이런 허전함을 견디는 건 쉬운 게 아니더라고.
나는 친구도 많이 없어서 기댈만한 구석도 잘 없다 보니까
누군가 옆에서 다독여주고 위로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면서
생각이 든 적도 많았는데 너는 다행히도 그런 사람이 생겼구나.
한편으로는 조금만 더 아파하지 싶었어.
나도 이렇게 힘들어하는데 너는 웃으면서 잘 지내는 모습이
너무나 불공평한 거 같아서 나도 모르게 조금은 화도 났던 거 같아.
너는 나처럼 더 이상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어떻게 지내는지 물어보지 않겠지?
한 번이라도 지나가듯이 물어봤으면 좋겠다.
누구보다도 잘살고 있는 사람처럼 지내왔으니까.
아무 일 없다는 듯 더 웃어 보였고 더 잘 지내는 척 해왔으니까.
그런 노력들이 아무것도 아닌 게 될까 봐 무서우니까
제발 한 번쯤은 물어봤으면 좋겠다.